묵은 포도주를 마시던 사람은
새 포도주를 원하지 않습니다.
묵은 포도주는 숙성이라는 시간을 거쳐
그 맛이 조금은 바뀐 포도주를 이야기합니다.
숙성을 통해 우리는
더 좋게 변화되는 것을 기대합니다.
포도주의 맛이 좀 더 부드러워지고
향이 좀 더 깊어지는 것을 생각합니다.
사람의 경우 좀 더 겸손해지고
포용력이 커지며
너그러워지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좋은 변화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할지라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맛이 좋은 묵은 포도주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숙성의 시간 속에서
변질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맛이 더 좋지 않게 변해서
결국 마실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오히려 새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더 낫지
시간이 지난 후에 버리게 되는 상황도 생깁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항상 좋게 숙성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의 경우 좀 더 고집이 세지고,
내 것만 보게 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고집 센 사람으로 바뀌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닐지라도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너그러운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너그러움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과도 연결되기에,
마음의 편안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옹졸한 존재로 바뀌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자연 순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육체적인 힘이 점점 빠지는 상황에서
많은 것을 고려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익숙한 것을 찾게 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는 어렵습니다.
변화가 두렵고
도전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선택의 폭은 점점 줄어들고
내가 선택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기 시작합니다.
강요는 점점 고집으로 바뀌어갑니다.
고집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기에
고집에서 벗어나기도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집이 아닌 포용력이 늘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변질된 묵은 포도주가 아니라
숙성된 묵은 포도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은 점점 약해집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듭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야할 것 같습니다.
힘은 별로 없는 데
모든 것을 계속하려다보니
힘이 별로 들지 않는 익숙한 방식을 찾게 됩니다.
힘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을 줄여야 합니다.
나 혼자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도움을 받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더 이상 내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 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경험과
다른 한 사람의 힘이 만나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포용력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입니다.
시간이 포도주를 숙성시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시간 안에서 나를 끊임없이 바라보며
나 자신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맛 좋은 포도주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