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내 눈 속에 들보를 가지고 있으면서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꾸짖곤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을
위선자라고 부르시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흔한 일들입니다.
그만큼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내가 눈 멀었다는 것을 알기도 쉽지 않고,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가 눈멀었다고 이야기하면
발끈해서 화를 내기 바쁩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고
왜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요?
예수님의 위선자라는 말씀은
우리를 비난하는 목소리보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느껴집니다.
신앙 생활은
하느님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하느님을 알아가는 과정은
나를 알아가는 것과 연결됩니다.
나를 바라보지 않는 신앙 생활은
하느님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내가 만들어 놓은 하느님의 모습에 대고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도 잘 모르고,
나를 바라볼 힘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기도는 해야할 것 같아서
허공에 대고 외치거나
이것 마져도 하지 않습니다.
나를 직면하기에는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습니다.
아니 직면하기 싫어서
몸을 계속 바쁘게 만들고
그 분주함 속으로
숨어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문득 문득 보게 되는 내 모습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기에,
잠깐 보게 되더라도
다시 눈을 돌리곤 합니다.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삶인데
힘든 상황을 만들어서까지
고통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 그냥 마냥
나를 받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 그냥 마냥
나를 받아주었으면 하는 마음부터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 받고 싶고
칭찬 받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있습니다.
그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
나를 바라보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마음 안에 잠시 머물면서
그 안에 함께 계시는 하느님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