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세배를 드리면 우리네 어르신 분들은 우리가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갈지 덕담을 주십니다. 그렇듯 오늘 주님께서도 올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갈지 말씀해 주십니다. "깨어 있어라."
깨어 있어라. 잠자지 말라는 말씀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깨어 있어라. 무슨 뜻인가요? 주님께서 다시 말씀하십니다. "준비하고 있어라."
준비. 준비한다는 말은 무엇인가 우리 앞에 있다는 것입니다. 100미터 달리기를 할 때처럼, 우리 앞에 우리가 가야할 그 목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님께서 준비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에는, 우리가 가야할 목표가 있음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종은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을 맞이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 도둑을 예상한 집주인은 도둑에게서 보호를 목표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목표는 무엇일까요?
우리 삶의 목표. 누군가에게는 부유함. 누군가에게는 건강함, 누군가에게는 명예, 또 누군가에게는 행복.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것이 잘 이루어지도록 복을 기원하는 인사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목표는 죽음입니다. 이 세상에서 삶의 마지막이 죽음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죽음이 우리 인간의 공동 목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죽음은 오늘 복음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하느님께 가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말 표현에 '돌아가셨다'는 말은 어쩌면 죽음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신앙인인 우리의 공동 목표는 하느님께 되돌아감입니다.
그렇다면 그 목표, 하느님께 되돌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만남. 누군가를 처음 만나기 위해서 우리는 그 전에 상대에 대해서 알아보고 나갑니다.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를 원한다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등 이것저것 미리 알아봅니다. 아니 일 때문에 만나는 경우에도 상대에 대해 미리 알고 만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는 것은 다른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습니다.
인간끼리의 만남이 이러하다면, 하느님과의 만남은 어떠할까요? 아마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2000년 전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오셨고, 사람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셨습니다. 하느님은 더 이상 하늘 위에만 계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와 직접 관계를 맺으시는 분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죽음을 통해 그분께 되돌아갈 때, 얼굴을 마주 대할 것이라고 성경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해서, 우리는 먼저 하느님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서, 아니면 하느님에 관해 사람들이 쓴 글이나 성인들의 삶을 통해서.
그리고 또한 이 세상에서 하느님을 만나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을 통해서, 사람들을 통해서, 자연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하느님의 좋으심을 맛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을 내 옆 사람처럼 느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사랑이시기에 사랑을 통해서 그분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그분의 몸인 성테를 자주 모시고, 그분과의 대화인 기도를 자주 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깨어 있으라고, 준비하고 있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을 잘 만나기 위해서, 올 한 해 나는 어떤 방식으로 주님을 더 깊이 만나고, 주님을 더 깊이 알아갈 것인지 작은 목표 하나씩 마음에 간직하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우리 주님을 자주 만나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