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민수기의 발라암은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이민족의 예언자인 그가 이스라엘을 저주해달라는 부탁이랄까 요구를 모압 왕에게
받지만 오히려 이스라엘에게서 메시아가 나올 것이라는 축복을 해주는 인물입니다.
물론 이민족인 그가 이스라엘을 축복해주고 싶어서 축복한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그의 입을 빌리신 것뿐이고,
하느님께서 그의 눈을 열어주셔서 환시를 봤기 때문에
본 것을 어쩔 수 없이 그러니까 싫어도 얘기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그의 축복은 진심이 아니고
그래서 그의 축복은 역설적으로 하느님의 강복입니다.
제가 마호멧에 대해 얘기를 듣고 참으로 놀라고 감동한 것은
마호멧은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건데
이슬람 신자들은 그런 그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래서 그가 참된 예언자라고 믿고 자랑스러워한다는 겁니다.
그가 문맹자이기에 그가 쓴 코란이 그의 창작품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말씀이라는 증거라고 믿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많은 유식한 사람이 하느님 말씀을 한다면서도
실은 하느님 말씀을 빌려 자기 말을 하곤 하지요. 저처럼.
그렇습니다.
저도 하느님 말씀을 전하면서 제 말을 빼려고 하지만
저라는 존재가 매우 육적이기에 제 말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도 제가 발라암을 보면서 위안 삼는 것은
발라암도 저도 불의하지만 하느님의 도구들이라는 점이고,
하느님께서 발라암처럼 저를 도구 삼아 당신 말씀을 하실 거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를 본받지 말아야 하지만
그들의 말은 들어야 한다고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에게서 제 말을 듣지 말고 하느님 말씀만 들으시는 여러분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