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처럼 말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습니다.”
“최고 의회 의원들이나 바리사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그를 믿더냐?
율법을 모르는 저 군중은 저주받은 자들이다.”
오늘 최고 의회 의원들과 바리사이들은 주님을 잡아오라고 보낸 경비병들이
주님은 잡아오지 않고 오히려 그런 분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하니
그들도 속았다고 단정을 하고 저주나 받으라고 폭언을 합니다.
추호도 자기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고
남들이 다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단정을 하며
심지어는 자기들과 같은 무리인데도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니코데모의 의견조차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M.B.T.I 성격유형에 네 번째 분류가 있는데, Perceive와 Judge입니다.
제가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정확히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제 식대로 이해한 것을 감히 얘기한다면 Perceive는 인식형으로
다른 사람이나 그의 주장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유형이고,
Judge는 판단형으로 다른 사람이나 그 주장을 자기 식으로 판단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기의 판단을 오히려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형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성격적인 차원이고
성격유형과 상관없이 교만한 사람은 함부로 남을 판단하고
겸손한 사람은 남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아무튼 Judge형은 Perceive형에 비해 나쁜 성격일 뿐입니까?
판단이란 그 자체로 나쁜 것이니 하지 말아야 하는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은 판단할 줄 알아야 하고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지 잘 판단해야 하며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잘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판단 자체가 아니라 잘못 판단하는 것이고,
판단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잘 판단해야 하는 거지요.
제가 자주 얘기하듯 잘 판단하는 것은 지혜이고 더 나아가 사랑입니다.
나설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잘 판단하는 것은 지혜이고,
병을 잘 진단하고 성의껏 치료해주는 것은 지혜를 넘어 사랑입니다.
제가 지금 수련자들을 양성하면서 전에 양성할 때와 비교하면
저의 판단력이 전보다 낫고 판단이 전보다 따듯합니다.
전에는 욕심에 오염된 판단을 한데 비해
지금은 욕심은 현저히 줄어들고 사랑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뿐더러
판단을 하고도 너무 신중하다싶을 정도로 판단을 이리저리 잽니다.
그러는데도 판단의 실수가 많은데
오늘 복음의 지도자들은 판단에 있어서 매우 단정적이고 단호합니다.
교만할 뿐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교만하기 때문이지만 단호함은 정치적입니다.
자기의 반대세력은 다 악으로 몰아붙이고 제거하려는 의도 말입니다.
그러니까 악의惡意지요.
그런데 인간이 한 번 악의를 품으면 완고해지고 단호해집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눈을 딱 감아야겠지요.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려하면 어떻게 죽일 수 있겠습니까?
죽여야겠다는 일념으로 판단하고 단죄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움의 단죄도 그리 다르지 않음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