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요즘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불현듯 어둠의 감정이 스며들곤 합니다.
그중 하나가 과거를 생각하면 과거의 죄와 잘못이 가슴을 후벼파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과 걱정이 가슴에 스며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말로만 듣던 나이 현상이 제게도 생긴 겁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프란치스코의 권고를 <온라인신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는데
지난주 순종에 관한 강의를 할 때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순종이란 나의 행복을 하느님 뜻에 맡기는 것이라고.
그리고 어제 미사 중에는 이런 기도를 마음속으로 또 했습니다.
제게 어떤 것이 주어져도 당신의 뜻과 섭리에 감사하게 하소서!
그동안 미래 불안이 엄습할 때마다 어떤 것이 제게 닥치더라도
주님께는 그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
제게는 잘 받아들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했는데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정도를 넘어 감사하게 해달라는 거였지요.
믿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는 것을.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그래서 내게 주시는 것은 다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그리고 하느님 뜻에 나의 미래와 행복을 맡겨야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시고, 마리아 품에 잉태되셨습니다.
오늘 성모님께서는 당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하면서도
주님께서 당신에게서 태어나실 것이라는 예고를 받아들이셨습니다.
매우 두려우셨고 불안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하느님을 더 믿으셨고 그분께 매달리셨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 미사 감사송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성령의 힘에 감싸여 탄생하시리라는 천사의 알림을
동정 마리아께서는 믿음으로 받아들이시고
새로운 인류의 맏이이신 외아드님을 성령으로 잉태하시어
당신의 흠 없는 태중에 모셔 들이셨나이다.”
<받아들이심>과 <모셔 들이심>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성모 마리아처럼 우리도 오늘 믿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주님을 모셔 들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