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을 읽으면서 이상하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으면 다 열매 맺는 줄 알았는데
열매 맺지 못하는 가지가 있다고 하시니 말입니다.
그런데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는 한 다 열매를 맺을 것 같은데
붙어 있는데도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도 그럴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몸은 수도공동체 안에 있는데,
겉에서 보면 주님 안에서 사는 것 같은데
수도복만 입고 있고 그래서 껍데기만 사는 경우입니다.
매일 미사에 참례하여
하느님 말씀을 듣지만, 귀로만 들을 뿐 말씀을 자양분 삼지 않고
성체를 영하지만 입으로만 영할 뿐 거기서 힘을 받지 못하는 거지요.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 말씀을 놓고 볼 때 우리가 열매를 맺는 살아있는 가지가 되기 위해서는
그저 붙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물고
주님도 우리 안에 머무시게 해야 합니다.
또 몸뚱이, 껍데기만 수도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영혼, 얼과 넋이 참으로 주님 안에 머물고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깊이 들어와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허하고 있습니까?
우리 안에 무엇이 머물게 하고 있습니까?
주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십니까, 아니면 어떤 다른 잡놈입니까?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까,
아니면 누가 내게 한 말이나 밖의 잡다한 소리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까?
또 주님께서는 당신 안에 머물라고 하시는데
우리는 어디에 머물고 있습니까?
주님의 성전 안을 거닐고 있습니까,
아니면 저잣거리나 인터넷 가상공간을 떠돌고 있습니까?
그리고 주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주님 없이 무엇을 하려고 하지는 않습니까?
그래서 열심히 노를 저었는데도 제자리를 맴돌 뿐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닙니까?
사실 주님 안에 머물지 않는 나와
주님 말씀이 내 안에 머물지 않는 나와
그래서 주님 없이 무엇을 하는 나는 말라버린 샘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오늘 말씀 나눔도 주님 말씀의 샘에서
길어 올린 말씀이 아니라 저의 건조한 생각의 나열은 아닌지,
인터넷상의 많은 말들처럼 사람들이 읽지 않고 지나쳐버리고,
그래서 아무 열매 맺지 못하는 ‘또 쓰레기’인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