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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부활 2주 토요일- 내공이 강한 사람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Apr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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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서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아내십시오.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

    

저는 어느 수녀원 연 피정 지도를 마치고 그제 밤 돌아왔습니다.

무려 8일 동안 집을 비웠던 것입니다.

수련장이 이렇게 오래 집을 비우는 것은 일반 가정으로 치면

엄마가 어린 자식들을 두고 집을 비우는 것과 같은 것이기에

은근히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어떤 분이 저를 콕 찌릅니다.

 

“수련장이 이렇게 오래 나와 계셔도 되요?”

“물론 안 되지요.

하지만 부 수련장이 든든하게 집을 지켜주고 있어서 나왔지요.”

 

피정 지도라는 것, 특히 수녀원의 연 피정 지도라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지 몰라도 제게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이 연 피정이 수녀님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것이기에

제가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수녀님들의 얼굴빛이 환하게 바뀌는 것을 보고

수녀님들로부터 고맙다는 소리까지 들으면 피곤이 가시고 뿌듯하지요.

 

이런 이유로 수도자들 중에는 집안에서 살림을 하는 것보다

밖에 나가 이러저러한 사목활동을 하는 것을 더 보람으로 여기고,

집에서는 최소한의 것만 하고 밖의 일은 아주 열성적으로 하곤 하지요.

이는 마치 엄마들이 집안 살림은 엉망으로 하면서

밖의 일은 신이 나서 이일 저일 다 맡아 하는 것과 같겠지요.

 

그렇기에 제 생각에 밖의 일을 열성적으로 하는 사람보다

집안일을 충실히 하는 수도자가 훨씬 내공이 강한 사람이고,

인간의 좋은 평가, 그것도 밖의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얕은 사랑이 아닌

하느님께 충실하고 하느님 사랑으로 충분한 깊은 사랑의 소유자입니다.

 

이렇게 내공이 강하고 깊은 사랑의 소유자만이 진정 집안사람을 살리고

그럼으로써 식구들이 밖에 나가 많은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안살림을 충실히 하는 엄마가 있음으로

아버지가 마음 놓고 밖의 일을 하고

자녀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살림을 사는 것은 가족 모두를 살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족 모두를 살리는 살림을 잘 살려면 내공이 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내공이란 사랑이 밖으로 향하면 아니 됩니다.

내공이란 사랑을 자꾸 안으로, 안으로 쌓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먼저 자기를 진정 사랑하는 것이고,

하느님의 사랑을 자기 안에 쌓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밖의 사람보다도 가장 가까운 사람,

사랑하기도 하지만 미워하게도 되는 그 집안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사랑을 자기 안에 쌓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밖의 사랑은 이런 내공이 쌓인 다음 하는 것이고,

이렇게 내공이 쌓인 다음에야 제대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내공이 없이 밖의 사랑을 받으려고 하고

그래서 밖의 사랑을 하는 것은

사실은 안의 사랑이 부족하고

안의 사랑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20년, 30년 수도생활을 하고, 아니 50년 수도생활을 했어도

안에서 할 일은 보이지 않고 밖의 일만 보이면 내공이 안 쌓인 겁니다.

오래 수도생활을 했어도 내 청소구역의 작은 먼지는 보이지 않고

밖의 이러저러한 큰일들만 보이면 수도생활 헛한 것입니다.

 

오늘 부제로 뽑힌 일곱 사람은 내공이 큰 사람입니다.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도 이런 사람이 되라고 초대받은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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