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오늘 주님께서는 기도의 모범을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시는데
저는 오늘 마지막 가르침인 죄와 악에 대해서만 나누고자 합니다.
왜 이에 대해서 나누고자 했냐면
마지막 말씀 곧 악에서 구해달라는 말씀 때문이고,
여기서 악이란 무엇인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본 산상수훈 앞부분에서
악인에게 맞서지 말라고 주님께서는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이때의 악인은 하느님과 맞서고 하느님을 거스르는 악인이 아니라
나에게 악하게 그러니까 나쁘게 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얘기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악한 사람은 두 가지입니다.
내가 보기에 악한 것과 하느님 보시기에 악한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악한 것은 실은 내가 싫어하는 것이지요.
악한 짓을 해서 악한 것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기에 악한 것일 뿐이라는 말입니다.
제게는 뱀이 그렇습니다.
보기도 싫고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구해달라고 아버지께 청하라고 하신 악이 이런 것이겠습니까?
당신이 만드신 선을 악이라고 하는 저를 오히려 악하다고 하실 겁니다.
그리고 이런 악에서 구해달라고 기도하면 결코, 들어주시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그것을 싫어하는 네가 바뀌라고,
쓴맛이었던 나환자가 단맛으로 바뀐 프란치스코처럼 네가 바뀌라고 하실 겁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구해달라고 청하라고 하신 것은 죄의 악 곧 죄악입니다.
그리고 구해달라고 청해야 할 죄악도 두 가지일 것입니다.
너의 죄악과 나의 죄악입니다.
너의 죄악이란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고 저지르는 악입니다.
나를 죽이려고 하는 음모나
나를 죄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으려는 유혹 같은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이 세상의 악에서도 나를 구해달라고도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죄에 빠지게 하려는 유혹에서 구해달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므로 사실은 너의 죄악에서 나를 구해달라고도 해야겠지만
내가 유혹에 넘어가 죄악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이미 죄악에 빠졌다면 그 수렁에서 구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먼저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이어 악에서 구해달라고 청하라고 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프란치스코의 주의 기도 풀이로 오늘 나눔을 마치겠습니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감춰진 유혹이나 드러난 유혹,
갑작스러운 유혹이나 끈질긴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악에서 구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