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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 26 주일- 끈질긴 씨름꾼

by 당쇠 posted Sep 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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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있었습니다.
형은 잘 못했을 때 잘 못했다고 빌라고 하면 얼른 빕니다.
그래서 부모는 형을 늘 착하다고 칭찬하였습니다.
그에 비해 동생은 끝까지 자기 잘못을 빌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저 놈의 고집은 쇠심줄이라고 야단을 치고
고집이 센 작은 아들을 안 좋게 생각하며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크면서 보니까 그 반대였습니다.
형은 빌기도 잘 하였지만 잘못을 반복 하였습니다.
잘못하는 것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기 잘못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기에
잘못했다고 쉽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비해 동생은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기 잘못을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잘못을 가지고 오랫동안 씨름을 하고
충분히 반성을 한 다음에는 다시는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형은 씨름하기 싫어 자기 잘못을 오래 가지고 있지 않았고
동생은 자기 잘못을 오래 가지고 씨름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것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형은 뭘 하라면 예라고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잘 하여 칭찬을 받았는데
동생은 못하겠다거나 토를 달거나 하여 늘 부모 속을 썩였습니다.

그런데 크면서 보니
형은 예라고 대답은 잘 하였지만 실천을 하지 않고
동생은 쉽게 대답하지는 않지만
한 번 하겠다고 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였습니다.

그러니까 형은 동의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쉽게 대답을 한 것이고,
동생은 마음으로 동의를 해야지만 대답을 한 것입니다.
부모의 말씀을 중히 여긴 것은 형이 아니라 동생이고
부모의 말씀에 진심을 가지고 대한 것은 동생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에서도 두 아들 얘기가 나옵니다.
성서에서 포도밭은 늘 주님께서 돌보시는 이스라엘 공동체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포도밭에 가서 일하라는 것은
이스라엘 공동체, 즉 하느님 백성을 위해서 봉사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주님 포도밭에서 일할 사람은
봉사하라는 주님의 뜻을 소중히 받드는 사람만 봉사할 것입니다.
주님의 뜻을 개떡만치도 못하게 생각하면
예라는 대답 수 천 번 해도 실천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공동체, 즉 주님 포도밭을 주님처럼 돌볼 사람은
이스라엘 열 두 지파의 아버지인 야곱과 같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야곱은 결점투성이인 사람입니다.
욕심이 너무 많고 편애를 하였습니다.
야비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 그지만 하느님과 밤새 씨름을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씨름에서 이겨 이제 더 이상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그에게서 이스라엘 공동체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도 정말 결점이 많고 고집도 센 사람입니다.
그러나 우리도 야곱처럼 하느님과 씨름을 하는 사람이 되면 됩니다.
결점을 가지고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씨름하는 것입니다.
아니 결점을 가지고 하느님과 씨름하고
고집을 가지고 하느님과 씨름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나를 고집하던 것이 하느님을 고집하는 것으로 바뀝니다.
중요한 것은 동이 틀 때까지
즉 하느님이 졌다고 할 때까지, 내가 이길 때까지 씨름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조용한 명상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씨름이 기도입니다.
야곱이 야뽁 강 너머로 가족을 먼저 보내고
혼자 남아 동 틀 때까지 하느님과 씨름하듯 씨름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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