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오늘 말씀에서 사람의 아들은 누구이고, 안식일의 주인이란 무슨 뜻일까요?
복음에서 사람의 아들이란 사람의 아들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심은 이 세상사는 동안 하느님의 아들로
행세치 않으시겠다는 의지의 표시인데 그것이 아버지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철저히 우리 인간과 똑같이 되시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고 당신의 뜻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악마가 깨려고 했던 것입니다.
광야에서 유혹받으실 때나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실 때 악령이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렇게 해보라는 말로 깨려고 했지만
주님께서는 오히려 이 유혹을 깨고 아버지의 뜻을 끝까지 지켜내셨습니다.
왜 이렇게 하신 겁니까?
그것은 당신이 철저히 그리고 완전히 사람의 아들이 되심으로
사람의 아들인 우리도 그리스도의 신성에 참여케 하시기 위함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당신이 사람의 아들이 되심으로
사람의 아들인 우리가 하느님의 아들이 되게 하심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주님과 우리 모두를 일컫는 것이며
그러니 사람의 아들이 안식의 주인이라는 말씀도
주님과 우리 모두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다윗과 다윗의 일행이 사제들만 먹을 수 있는 빵을 먹음으로써
하늘의 양식, 천사들의 빵을 훔쳐 먹었던 것처럼
주님과 우리도 하늘의 음식을 훔쳐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이것은 마르코복음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거기서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겨난 것이지
사람이 안식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안식일의 주인이란 뜻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지 않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는 뜻이며
사람과 모든 피조물이 쉬게 하고 그럼으로써 인간이 인간답게 하기 위함입니다.
실로 많은 사람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의 노예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옛날에 시골에 가서 마늘 수확을 같이한 적이 있습니다.
해 뜨면 밭에 나가고 해 지면 돌아와 미사도 드리고 교리도 하곤 했는데
그때 같이 일하시던 할머니 한 분이 ‘나는 사람도 아냐.
소야 소! 그저 눈 뜨면 일만 하니.’라며 푸념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안식일이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인간답게 하기 위한 것이고,
안식일 법도 이런 사람들을 인간답게 하기 위한 것인데
부자들은 이 법을 지킬 수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은
정작 지킬 수 없었기에 그들을 죄인으로 만들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신앙인은 다른 차원에서 성찰할 것이 있습니다.
안식일이 일을 쉬는 것에 그치거나 심지어 노는 것뿐이라면
이것은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비신앙인의 안식일일 것입니다.
신앙인의 진정한 안식은 하느님 안에서 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래야 하느님 사랑 안에 잠기고 사랑으로 재충전되겠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주일을 지내고도 그리고 주일 마사를 봉헌하고도
사랑할 수 없고 일에 지친다면 하느님 사랑 안에서 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안식일이
사랑 안에 쉬는 안식일,
사랑을 할 수 있게 하는 안식일이 되어야겠습니다.
어제 성모님 생일이 왜 2,020회냐는 의문을 제기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2,023회째이니 성모님 생일은 2040회째쯤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