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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 32주일-주님을 찾으러 갈 필요가 없다.

by 당쇠 posted Nov 0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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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그를 사랑하는 이들은 쉽게 알아보고
그를 찾는 이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혜는 자기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미리 다가가 자기를 알아보게 해 준다.
지혜를 찾으러 일찍 일어나는 이는 수고할 필요도 없이
자기 집 문간에 앉아 있는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언젠가 들은 얘기가 생각납니다.
우리 마음의 문에는 문고리가 밖에는 없고 안에만 있답니다.
그러니 우리가 열지 않으면 밖에서 열 수가 없고
주님도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 문을 두드리시지만
우리가 열어드리지 않으면 우리 안에 들어오실 수 없답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모셔 들이는 것은 너무도 쉽습니다.
문만 열어드리면 됩니다.
우리의 문 밖에 이미 와 계시니 모시러 멀리 찾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을 오늘의 지혜서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지혜를 찾으러 일찍 일어나는 이는 수고할 필요도 없이
자기 집 문간에 앉아 있는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 주님을 찾으러 가는 수고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러나 찾으러 일찍 일어나기는 해야 합니다.

그런데 찾으러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찾고자 하는 마음이 우선 있어야겠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발심發心이 있어야 하는데
의지적인 발심도 있지만
사랑의 갈망이 있으면 발심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더 완전합니다.
하느님이 나의 사랑하는 님이 될 때
울타리 넘어 들려오는 발소리에도 깨어있을 겁니다.

이런 뜻에서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처녀들은
머리가 너무도 나빠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게으르고, 잠이 많고, 준비성이 부족한 처녀도 아닙니다.
그런 거라면 작은 결점들에 불과하니
너그러운 신랑이신 주님께서 눈 감아 주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처녀들은 신랑의 정배에게 꼭 필요한
사랑이 없고, 만나고픈 갈망이 없는 여인들입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려는 색시에게 신랑에 대한 사랑이 없고,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되겠습니까?

여자가 너무도 참하고 야무져서 남편 뒷바라지 나무랄 데 없이 잘하고
남편을 깍듯이 모시고 맞아들인다 해도 사랑이 없고,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어찌 신랑의 색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그 자체이시기에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고,
너무도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그분이 먼저 우리의 사랑을 갈망하시고,
우리의 사랑을 갈망하시기에 우리가 찾아 가기 전에
그분이 먼저 우리를 찾아오시고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그 사랑을 우리가 갈망하고 사랑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 사랑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이 우리의 가난이고,
그 사랑만을 갈망하는 것이 우리의 정결입니다.

그리고 그때 주님의 오심은
심판이 아니라 축복이 되고
파멸이 아니라 잔치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죽음도
생명의 소멸이 아니라 영생이 되고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사건이 아니라
기다리던 연인과의 만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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