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오늘 주님께서는 자신을 높이면 낮아지고 낮추면 높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러니 이 말씀은 자신을 낮추라는 말씀이라고 이해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저는 자신을 높이지도 말아야지만 낮추지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주님의 가르침에 벗어나 제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까요?
사실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서면 높은 사람도 없고 낮은 사람도 없습니다.
하느님 앞이 아니라 우리 인간끼리 있을 때 높으니 낮으니 하는 것이지요.
하느님 앞에 가서 ‘하느님, 제가 저 인간보다 높지요?
제가 저 인간보다 낫지요?’하고 얘기하면 어떨지 상상해봅시다.
어떤 자식이 부모에게 와서 내가 형보다 높고 낫다고 주장하면
어떤 부모가 그런 자식을 좋게 보고 그래 네가 높고 낫다고 하겠습니까?
그것은 사랑 앞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 사이에 높으니 낮으니 하지 않습니다.
미숙한 사랑이나 불완전한 사람의 경우,
내 사랑이 더 크니 네 사랑이 작으니 해도
네가 높다거나 내가 높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있지요.
사랑하기에 나를 낮추는 경우 말입니다.
너처럼 낮아지고 너보다 더 낮추기도 합니다.
엄마는 아이처럼 낮추고 아이보다도 더 낮추는데
하느님은 엄마보다도 더 낮추시지요.
하느님의 이 사랑의 낮춤을 필리피서는 이렇게 찬미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처럼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을 낮추시어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이처럼 하느님에서 사람으로 낮추시는 사랑인데,
이것은 우리 인간이 개로 자신을 낮추는 것 이상으로 자신을 낮추는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을 본받으라고 프란치스코는 형제들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겸손을 보십시오. 그리고 그분 앞에 여러분의 마음을 쏟으십시오.
그분이 여러분을 높여주시도록 여러분도 겸손해지십시오.
그러므로 여러분에게 당신 자신 전부를 바치시는 분께서 여러분 전부를
받으실 수 있도록 여러분의 것 그 아무것도 여러분에게 남겨 두지 마십시오.”
그런데 낮추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높이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들 때
하느님께서는 그런 자를 내치시고 낮추십니다.
이것을 마리아의 찬가는 이렇게 노래하지요.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오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심이로다. 당신 팔의 큰 힘을 떨치시어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미천한 이를 끌어올리셨습니다.”
마리아처럼 그리고 프란치스코의 권고처럼
높여주시도록 낮추는 나를 꿈을 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