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오늘 주님께서는 주님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기 위해
적극적으로는 기도하라고 하시고,
소극적으로는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고 하시며
마음이 물러지게 하는 것으로서 특별히 세 가지를 꼬집어 말씀하십니다.
방탕과 만취와 근심 세 가지입니다.
그런데 방탕과 만취가 기도를 방해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는데
근심이 기도를 방해한다는 것은 설명이 좀 필요할 것입니다.
근심한다는 것은, 우리 신자들에게는 기도할 것을 근심한다는 말이지요.
근심거리를 하느님 앞에 내놓지 않고 자기 안에서 끙끙거리는 것이요.
근심거리를 기도 거리로 만들어 하느님 앞에 내놓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이와 관련해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근심이나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 편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조심하라고 하신 세 가지 가운데 제게 문제가 되는 것은 술입니다.
그러나 술도 제가 먹되 만취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그렇기에 오히려 문제가 된다는 점입니다.
많이 먹지 않으니 괜찮다고 합리화하고 그래서 경계심을 품지 않으니 말입니다.
사실 술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만 제가 존경하는 어르신들이 계셨는데,
그분들은 신앙적으로 아주 열심하고 매일 말술을 드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이유는 그렇게 술을 드시고도
꼭 성당에 들러 잠깐이라도 조배하고 집에 가시고,
같이 술을 마시고 같이 성당에 들러 집에 가신다는 점 때문입니다.
술 안 마시고 성당에 매일 들르는 분들보다 더 존경스러운 것이고,
술 마시는 제 입장에서는 더욱 존경스러웠지요.
그러니 술 자체가 아니라 술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것이 문제이고,
경계심 없이 술을 마시고 저처럼 기도하지 않고 자는 것이 문제지요.
그러므로 술을 마시건 마시지 않건 관건은
오늘 마지막 말씀처럼 깨어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깨어 기도하게 하는 것은
기도와 헌신의 정신을 끄지 않는 것이라고 프란치스코는 가르칩니다.
그러니 썩어빠진 정신은 버리고 정신을 차리는 것,
곧 기도와 헌신의 정신을 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주님 오실 날이 한 달도 안 남았고,
오실 주님을 깨어 기다리는 대림절이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기도하려는 의지와 마음이 물러지고
기도 정신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꺼질락 말락 한다면
이제 경각심을 갖고 정신을 차리는 것부터 당장 시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