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의 시작입니다.
대림이란 주님께서 오실 것을 기다린다는 뜻이고,
전례적으로는 성탄 대축일을 준비 없이 기다려서는 안 되기에
주님의 성탄을 거룩하게 맞이하기 위해 거룩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오심에는 2천 년 전 처음 오심과 다시 오심이 있고,
그러므로 우리 인간에게도 처음 오심과 다시 오심이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나 이미 세례를 받은 여러분에게
올해 주님의 오심은 어떤 것입니까? 첫 번째입니까, 다시 오심입니까?
말할 것도 없이 처음 오심은 아닐 것이고, 다시 오심이며 또 오심이어야겠지요.
그런데 주님이 어찌 우리에게 다시 오시고 또 오십니까?
한 번 오신 주님이 떠나시지 않았다면,
다시 말해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신다면,
왜 다시 오시고 또 기다리는 것입니까?
주님께서는 분명히 약속하지 않습니까?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계시지만
우리가 주님과 언제나 함께 있지는 않습니다.
엄마의 마음은 늘 자식과 함께 있지만
자식의 마음은 언제나 엄마와 함께 있지 않고
애인에게 마음이 빼앗길 때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 수천 번 다시 오시고 또 기다리고,
햇수로 따지면 제 나이만큼 대림절을 보내고 있으며,
그래서 작년에도 대림절을 지냈지만 올해 다시 대림절을 지냅니다.
그러니 저의 대림은 주님이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가 다시 주님께 돌아서는 것이라고 함이 맞을 것이고,
굳이 주님께서 다시 오시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내게서 내쫓았던 주님을 이제 다시 돌아와달라고 애원하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런 저에게 주님께서는 ‘내쫓을 땐 언제고 다시 돌아와달라고 하느냐?’며
거절하지도 않으시고 타박하지도 않으시는 분입니다.
늘 성실하게 함께 계시고,
늘 성실하게 다시 오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성실하지 못해도 주님은 언제나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우리는 성실하지 못해도 그분께서는 언제나 성실하시니
그러한 당신 자신을 부정하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디모 2, 13)
우리는 성실하게 함께 있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해도
주님은 성실하게 함께 계시고 다시 오시는 분이시니
뻔뻔하지만 이것을 믿고 다시 오십사! 청하고 기다리는 올해 우리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