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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힘의 표징 (육화의 겸손과 수난의 사랑)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Feb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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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힘의 표징 (육화의 겸손과 수난의 사랑)

 

 

도덕적 게임은 끝났다.

누가 잘 지켰고 누가 많이 바쳤느냐?

누가 의롭고 누가 불의하냐?

누가 거룩하고 누가 죄인이냐?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잘못

하느님을 심판하는 인간

하느님의 힘을 뺏는 인간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취급하는 인간

예수 대신 강도를 선택하는 군중의 한 사람인 나

인과응보로 죽이는 칼잡이들

 

몸과 마음을 둘러싼 단단하고 철옹성 같은 방어벽

아무도 들어올 수 없도록 문을 잠그고

주먹질과 싸움을 하면서

성난 하느님을 달래기 위하여 반복해서 하는 짓들

기도하고 단식하고 선을 행한다고 하면서 하는 짓들

이따위 단식은 집어치워라.

 

십자가의 피는 연대의 표징

아픔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시는 하느님,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는 이들

외롭고 가난하고 더럽고 야비하고 모자란 이들,

십자가에 매달린 무수한 자들,

가해자의 아픔과 피해자의 아픔,

내쫓기고 고문당하고 버림받고 억눌린 자들

고통당하는 모든 인간과 나누는 우주적 친교

 

아픔이 있는 곳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

처음부터 사랑하셨고 지금도 사랑하시는 하느님

힘없는 힘으로

연약하고 무력한 힘으로

내어주는 몸과 쏟는 피로 그렇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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