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가 정한 오늘의 주제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유언입니다.
사도행전은 바오로 사도의 유언이고,
복음은 주님의 유언이자 기도입니다.
사도행전에서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를 떠나며 원로들에게
유언으로 몇 가지를 신신당부하는데 명심하고 명심하라고 합니다.
“내가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며 늘 깨어있으십시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하신 주님 말씀을 명심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명심하라는 두 말씀을 놓고 볼 때
앞의 명심하라는 말보다 뒤의 명심하라는 말이 더 낫지요.
앞에서 바오로 사도는 내가 한 말을 명심하라고 하고,
“나는 모든 면에서 여러분에게 본을 보였습니다.”라고 하면서
어떻게 보면 겸손을 떨지 않고 자기 말을 듣고 자기처럼 하라고 하는데
그러나 이것보다는 주님의 말씀을 명심하라고 함이 당연히 더 낫겠지요.
그리고 주님 말씀을 명심하라고 직접 신신당부하는 것 보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바오로 사도도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나는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내가 할 바와 할 말을 다 하고 난 뒤에 우리가 할 일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곧 하느님께 나머지 모든 것을 맡기는 것입니다.
맡김, 의탁.
이것이 우리 신앙인의 믿음이고 가난이고 사랑입니다.
자식을 너무도 사랑하고 그래서 잘 되기를 아무리 바라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당부까지입니다.
그다음은 내 역할을 내려놓고 퇴장하는 것이고,
그것은 하느님 사랑에 대한 믿음의 의탁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보다 내 자녀를 더 사랑하신다는 믿음이요,
하느님께서 나보다 더 잘 아시고 사랑해주실 거라는 믿음의 의탁입니다.
그러니까 내 자녀를 하느님께 의탁하지 못하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과 능력을 믿지 못하는 표시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기도까지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주님처럼 청원과 의탁의 기도는 하는 겁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사랑하지만 떠나야 할 때가 오는데
그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당부, 의탁, 기도임을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배우는 오늘 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