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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백합꽃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Jun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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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백합꽃

 

샤워를 끝낸 머릿결에 아직 남아 있는 비누 향

가냘픈 허리에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히는 손

참새 한 마리가 꽃 위에 앉으려다 나비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벌들이 다가와 여기 앉아도 되나요? 물었다.

귀하고 귀한 손님에게 미소를 짓고 상냥하게 말했다.

향기 짙은 꿀을 드리려고 기다렸어요.

 

긴 나팔을 불어 새벽잠을 깨운다.

얼른 들판에 나가 보셔요.

초록 숲에서 잔치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벌써 동네 식구들이 많이 왔네요.

돌로 된 심장에 살로 된 마음을 넣고

상한 몸을 일으켜 세우시는 분께서 초대했거든요.

 

이웃들이 많이 참석하면 더 좋지요

주고 싶은 이들에게 맘껏 주고 싶으니까요.

개미와 놀던 진딧물까지 자리를 잡고 앉았네요.

 

고사리손으로 기도하는 채송화도 곁에 있고

강아지도 반갑다고 꼬리를 흔드네요.

난 너무 행복해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잔칫상은 누구라도 올 수 있어요.

무상으로 내어주시는 분께서 이미 계산을 끝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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