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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에서

by 고파울로 posted Aug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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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에서

         1


새벽 네시 반

속리산 법주사 범종각의 법고가

두둥~ 두둥~ 두둥~ 둥둥둥~

새벽 산사의 고요 속으로 울려 퍼진다.


거룩한 초월의 소리가

장대비처럼 온 몸과 마음 속으로 쏟아져 내린다.


길짐승, 물고기, 날짐승 등

산천초목의 온갖 생명체들을 흔들어 깨우며

거룩한 소리의 향유로 삼라만상을 적시운다.


골짜기를 휘감으며 메아리치는 법고 소리가

멍든 이 가슴 속 깊은 아픔과 상처들까지 후련히 씻어준다.


         2


천지를 진동시키듯

범종이 울린다.


고요 속에 숨어 있던 우주의 소리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소리로 울려퍼진다.


우주를 진동시키며

우리 존재의 심연을 울리는

초월의 소리


대우주를 울리고

소우주를 울리는

신비로운 소리가 초월의 심혼으로 스며든다.


         3


우주를 뒤흔드는 범종 소리 안에서

뱀의 트라우마와 죽음의 트라우마가

소리 없이 융해된다.


초월적인 우주의 소리 안에서

거대한 뱀과 화해하고

포효하는 사자와 화해하고

표독스런 표범과 화해하고

무시무시한 악어와 화해하고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갖가지 맹수들과 화해한다.


무한한 초월 우주의 심연을 울리는 소리 안에서

나의 온 몸이 산산이 흩어진다.


그러자, 다닥~ 닥~ 다닥~ 다닥~ 다다다다다닥 ~

목어가 울린다.


나의 전 존재를 질박한 목어 소리에 실어

향기로운 제물로 봉헌한다.


경건한 그 순간, 운판이 울린다.

채챙, 챙 챙 챙 챙챙챙챙~


고요한 새벽 어둠에 싸인 법주사에서 
우주의 소리를 들으며

저절로 황홀한 신비감에 젖어든다.


        4


이어 웅장한 대웅보전에서

새벽 예불 소리가 부드럽게 울려 퍼진다.


스님들이 고요히 올리는 경건한 예불 소리에

나의 초라한 예불을 실어 올린다.


가슴속 깊이 파고 들며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새벽 산사의 장엄한 소리


은은하게 흐르는 예불 소리와

온전히 한 마음이 되어 합장한다.


예수 그리스도와 석가모니 붇다가

신비 안에서 붇다 그리스도로 현현한다.


붇다 그리스도 안에서
나의 온 몸과 마음

나의 심혼이

천지가 개벽을 하듯

일편단심 불자로 소생한다.


완전한 불자는 완전한 크리스천이고

완전한 크리스천은 완전한 불자로구나!


         5


시간과 공간, 인간과 종교를 초월하여

우주적으로 현존하는

로고스의 신비 안에서

또는 초월적인 불성 안에서

우주적으로 펼쳐지는 골짜기를 거닌다.


법주사의 세조길이

우주의 오솔길로 펼쳐진다.


우주의 계곡으로

돌돌돌 흘러내리는 시냇물 소리


우주의 소리가

찬란하게 쏟아진다.


곱고 청아한 새들의 지저귐이

우주 계곡을 울리는 천상의 아리아로 흘러간다.


요란한 매미 소리, 가늘은 풀벌레 소리가

새들의 지저귐과 어울리며

장엄한 우주 교향악으로 울려 퍼진다.


내 마음에 메아리가 인다.

호수의 물결이 동그랗게 흔들리며  퍼져 나가듯

작은 우주의 호수에 신비로운 파문이 인다.


금빛 찬란한 저녁 노을이련듯

황홀한 감미로움이 온 몸을 적시우며 온 우주를 적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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