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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트라우마 (1)

by 고파울로 posted Oct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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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트라우마 (1)

1

왜 그토록 오랜 시간
뱀의 트라우마에 시달렸을까?

저 밑에 움크리고 있었던 트라우마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과 뱀의 형상이 뒤엉켜 있는 것 아닐까?

그동안 뱀의 트라우마 이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려 왔기에 이는 추론이다.

2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열두어 살이 되었을 무렵
학교를 오가며 친구들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구김없이 한창 자랄 나이에
어인 까닭으로 초등학교 애가 벌써
죽음을 두려워 했던 것일까?

그 시절부터 죽음으로 내 존재가 소멸되는 허무감에 잠기면
심연으로 끝없이 추락되는 묘한 느낌에 휘말리며 소름이 끼쳤고
잠자리에서 그 느낌이 일 때에는
견딜 수 없는 죽음의 의식을
의지적으로 몸을 뒤척이며 쫓아내야 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에도,
수도원 입회 이후에도
죽음의 두려움은 거의 밤마다 찾아왔고
그 때마다 온 몸으로 씨름했다.

3

그런데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갑자기 줄어들었다.

선산에 이르러 아버지의 관이 내려진 후
파헤쳐진 무덤을 향해 옮겨지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기가 막혔고
아버지가 누워 계신 관을 흙 속으로 내려 놓을 때에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천붕이란 표현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

아버지를 선산에 묻고 돌아서는 발길은 더더욱 무거웠다.
아버지를 땅 속에 내버리는 죄인처럼 느껴졌고,
천근만근, 무겁디 무거운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차라리 지금 죽어 아버지 곁에 묻히고 싶은 심경이 일었다.
그 순간 불현듯 죽음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아, 아버지의 거룩한 죽음!
죽음의 두려움을 씻어주신 신비로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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