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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4주 금요일- 가랑이 사이로 지나갈지라도

by 당쇠 posted Mar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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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모욕과 고통으로 시험해 보자.
그러면 그가 정말 온유한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의 인내력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수치스러운 죽음을 내리자.”

어제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신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분의 자기무화의 사랑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오늘은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자기무화의 사랑을 그가 가지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모욕과 고통으로 그를 시험해보면 알 수 있다고.

자기가 없는 사랑, 또는 자기를 죽이는 사랑.
이 얼마나 우리가 꿈꾸는 사랑입니까?
그런데 이 사랑에 우리가 이르지 못함은
모욕과 고통을 두려워하고 더 나아가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모욕과 고통을 두려워함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이 사랑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선 사랑의 이 여정을 출발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우리는 모욕과 고통이 두려워 출발 자체를 못합니다.
실상 자기가 죽는 이 모욕과 고통의 여정은 두렵습니다.

저는 순교에 대해서 생각할 때
어느 한 순간, 예를 들어서 사형 선고를 받고 바로 총살에 처해진다면,
다시 말해서 한 순간에 딱 끝나는 것이라면
순교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순교를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기 전에 받아야 할 그 고문과 그 모욕입니다.

거꾸로 매달고 코에 고춧가루 물을 집어넣으며,
불 인두로 넓적다리를 지지는 등의 고문을 받게 될 것을 생각을 하면,
그리고 그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오래 지속될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것을 받아낼 용기가 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므로 이런 고통을 받게 될 줄 알면서도
자기무화의 여정을 떠나는 것은 대단한 사랑입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이 여정을 떠났을 뿐 아니라
그 모든 모욕과 고통을 끝까지 견디어내는 사랑은 더 대단합니다.

제 생각에 인내는 용기보다 더 위대합니다.
한 순간 용기를 낼 수 있지만
그걸 끝까지 견디는 것은 참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고통과 모욕을 택할 수 있지만
인내가 없으면 그것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모욕이 그 어떤 것보다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의 경우지요.
모욕과 수치를 당하는 그런 구차한 삶을 사느니
차라리 명예롭게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므로 이런 모욕과 수치를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참으로 자기를 죽이는 것이고, 살아서 죽는 겁니다.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 한 나라 때 어려운 중에 병법을 익힌 한신이 동네 깡패들로부터
살고 싶으면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라는 치욕을 당하지만,
그 치욕을 견디어 냄으로써 마침내 큰 장수로 성공했다는 얘기지요.

자기의 큰 꿈을 위해 이렇게 소아小我를 죽이는 것은 대단한 겁니다.
그런데 자기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이런 모욕과 수치를 당하는 것은 더 대단합니다.
진정한 자기 무화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른 사람의 모욕에 모욕당하지 않는 사람이
진정 자존감이 대단하고 사랑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자기에 대한 사랑이건 남에 대한 사랑이건
사랑하는 만큼 고통과 모욕을 감수하고 견딜 수 있다고.
고통과 모욕을 견디는 그 만큼 자기 무화의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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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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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까치 2012.03.23 22:47:21
    늘 저는 순교 할수 있는지 제 자신에게 물어보며 이미 순교하신 성인성녀의 삶을 본받으려 애쓰며 어느분께서 순교란 이땅의삶 계속되는 자아죽음 이라 말씀하심 마음속에담아두며 닥치는 환경속에 과연 이순간 하느님께서는 우리속을보시는 그분을 생각하며 나는 없지요 하며 순간순간 지나가지며 때로는 해도너무하네요 눈물도흘리고 어찌하든지 걸어야할길이라면 희망이신 신부님말씀 다른사람의모욕에 모욕당하지 않는 사람이 자존감 사랑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사실 나의삶의 깃발이며 늘깨어기도합니다. 너무도감사드리며 말씀 말씀 내영혼 평강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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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뭉게구름 2012.03.23 22:47:21
    온갖 고초를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우리 주님의 사랑을 묵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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