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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 5주일-아름다운 퇴장과 아름다운 등장

by 당쇠 posted Mar 2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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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과 새 계약을 맺겠다.”

“이제 제 마음이 산란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

이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 저희 수도원 농장도 봄 농사 준비를 하였습니다.
밭을 갈아엎은 다음 고랑을 쳐 이랑을 만들고
두엄더미를 뒤집어 잘 썩은 두엄을 밭에 뿌리고
씨를 뿌릴 준비를 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겨우내 바닥에 널 부러져 있던
말라비틀어진 나뭇잎과 삭정이를 걷어다 태우고 대청소를 하였는데
낙엽을 들추니 그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새싹들이
여기저기서 온통 고개를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새싹들은 겨우내 이 낙엽을 이불 삼아 덮고 있었던 겁니다.

옛것의 퇴장과 새로운 것의 등장.

순간, 감동이 울컥 올라왔습니다.
파릇파릇 새로운 싹을 내민 것도 감동이었지만
겨우내 이불이 되어준 늙고, 낡고, 삭은 이파리들도 감동이었습니다.
이것들도 한 때 새싹이었고 푸르른 생명의 때가 있었으며
하늘로부터 부지런히 태양과 바람을 날라주고,
때가 되었을 때는 기꺼이 땅으로 떨어진 것들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때보다 먼저 저무는 때가 있었고, 썩는 때가 있었으니
그러니 우리는 이 저무는 때와 썩는 때를 무시치 말 것이며
저묾이 그리고 썩음이 사랑 아니라고 우기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새싹의 돋음이 사랑을 먹고 태어남이라면
잎새의 저묾과 썩음은 사랑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새싹은 사랑이 되어준 잎새의 사랑을 먹고 태어난 것입니다.

오늘 주님은 이 때를 벗어나게 해달라고 아버지께 청하려다
마음을 바꿔 이 때를 위해 당신이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때란 당신이 돌아가셔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도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탄을 주던 가르침도 이제는 접으시고,
많은 이의 병고와 애달픔을 고쳐주고 달래주던 사랑도 이젠 접으시고,
죽는 사랑을 하셔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이 때란 당신이 돌아가실 때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아버지의 때입니다.
아버지께서 정해주신 때이고,
그 때에 순종하는 때이며,
이웃을 위해 썩는 사랑의 때입니다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기 위해서 지금은 죽습니다.
자기 사랑,
이웃 사랑,
아버지 사랑이 그러니 이 죽음 안에 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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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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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까치 2012.03.26 21:59:34
    혼자 읽기에 너무도 아름다운 새싹의말씀 제 텀빈가슴 채워주시고 썩음이 사랑이 아니라고 우기지말아야 합니다. 그렁게도죽기싫어 늘 우기다못해 울기도하지만 어느새 새싹도피고 죽어서 힘없이 날리는 나뭇잎이기도합니다. 죽는사랑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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