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복음은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이야기를 전한 다음
또다시 빵 7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사천 명을 먹이신 이야기를 전합니다.
두 이야기가 비슷하다보니
하나의 사건이 다르게 전해져서
두 번 기록되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두 이야기가 다른 점도 있습니다.
마르코복음 6장에 있는 이야기에서는
제자들이 먼저 빵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와 달리 오늘 이야기에서는
예수님의 걱정으로 시작됩니다.
가엾은 마음을 두 이야기 모두 전하지만
6장에서는 그 가엾은 마음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가르치셨다고 말하지만
오늘 이야기에서는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모습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을 표현하십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께서는
그들 가운데 먼 곳에서 온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먹을 것이 필요하다는 것,
더욱이 집이 멀어 집에까지 가서 식사를 하기에는
힘든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시기에
예수님께서 먼저 빵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아는 분이십니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채워주시기 위해
움직이는 분이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 지식을
다른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그러다보니 내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상대방에게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나의 모습을 최대한 감추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우리가 감추어도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시기에
하느님께 감춘다는 것이 의미는 없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미리 알고 필요한 것을 주시지만
정작 내 모습을 감추었던 나는
그것을 들킨 것 같아서
주시는 그 선물을 받지 못합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아신다는 것은
당신을 위한 것
그것으로 우리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사랑의 눈으로 그 부족함을 채워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 나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랑을 받아
기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