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십니다.
유혹의 방식은
배가 고픈 사람에게 빵을 주는 것입니다.
즉 나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을 주겠다는 식으로
악마는 접근합니다.
그러면서 악마는 예수님께 조건을 제시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예수님께서는 신성을 가지고 계시기에
돌을 빵으로 바꾸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배고프시기에
돌을 빵으로 바꾸는 것은
당신의 인성을 포기하는 일이 됩니다.
인간이 되어 오셨기에
인간이 경험하는 결핍,
그 가운데 배고픔도 받아들이십니다.
악마의 제안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지신 신성을 증명하라는 제안은
예수님께서 가지신 인성을 포기하라는 유혹인데
이것은 십자가 위에서도 똑같이 이루어집니다.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께
'하느님의 메시아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라고 말하며
군사들은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도 예수님께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라고 말합니다.
모두 예수님께 인성을 포기하고
신성을 드러내라고 유혹합니다.
굳이 인성을 고집하면서
인간의 고통을 경험할 이유가 있느냐고 묻습니다.
인간이 겪는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고통을 경험하는 육체는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인간적인 것은 좋지 않고
신적인 것만 좋습니다.
육은 좋지 않고
영만 좋은 것이 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다.
육도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이고
인간은 하느님 사랑의 대상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사랑하는 인간이 겪는 고통도
받아들이십니다.
고통 앞에서 신성을 포기하고 인성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고통에 함께하시겠다는
하느님의 사랑 표현입니다.
사순 시기 동안 그리스도의 고통을 묵상하며
우리를 향해 오는 하느님의 그 사랑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