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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대림 3주 화요일-족보 감상 소감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Dec 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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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오늘 묵상의 주제는 이렇게 잡았습니다.

<족보 감상 소감>

 

족보에 대해서 읽고 난 뒤 느낀 소감은 이렇습니다.

-영원이 역사를 통해 오늘에 이르렀구나!

-구원은 어느 한 순간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오는구나!

-구원은 비 구원의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오는구나!

 

이상으로 오늘 말씀 나누기를 끝내고 싶지만

다시 말해서 여기에 더 토를 달고 싶지는 않았지만 너무 무성의한 듯하여

몇 마디 풀어서 말씀드립니다만 정말 토를 달지 않는 게 더 좋으니.

이하의 글은 안 읽으셔도 되고 안 읽으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족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인간이 되심으로 족보를 갖게 되셨다는 것인데

이것은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것이며,

영원이 시간 안으로, 역사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이고,

예수님의 <현재>뿐 아니라 모름지기 모든 <현재>는 다

이 영원이 역사 안으로 들어와 오늘에 이른 <현재>라는 얘기지요.

 

예수님의 족보에 대해서 묵상하면서 또 생각하게 된 것은

구원은 한 순간,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온다는 것입니다.

 

구원 받은 사람에게는 그 구원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 같겠지만

하느님께서는 나의 구원을 오래 전부터 계획하셨고, 이루신 것입니다.

사랑으로 치면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사랑이 아니라

묵은지처럼, 그리고 오래 된 포도주처럼 숙성된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족보를 보다 보면 벼라별 사람들이 다 등장합니다.

이방인도 있고, 죄인이 더 많으며, 비정상적 관계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구원의 족보는 끊기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앞서 구원은 숙성된 사랑이라고 하였는데,

숙성된 사랑이란 단지 기간이 오래 된 것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요소들이 구원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필요했는데

구원으로 작용하기까지의 그 필요한 긴 시간을 채웠다는 뜻이겠지요.

 

저희 수도원에서 매년 포도주를 만드는데,

포도주를 만들다 보면 온갖 것이 다 들어갑니다.

말하자면 불순물들이 들어가는 것이며

심지어 독이나 안 좋은 균들도 들어갈 것입니다.

 

주님의 족보에는 참으로 구원과 먼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쩌면 조상 대부분이 반 구원적인 삶을 산 사람들일 것이고,

이들이 빚은 비구원의 역사를 하나하나 재구성하면

참으로 다양하고 엄청난 얘기들이 펼쳐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구원의 역사는 이런 반 구원적인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구원의 하느님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게 더 선명히 드러납니다.

 

인류의 구원도 그렇지만 우리 한 개인의 구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저에게는 아주 훌륭한 분이고 존경스럽지만

구원의 충분조건들이 아니신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게다가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와 더 윗조상들,

어머니의 아버지, 어머니와 더 윗조상들까지 가면

족보에서 빼고 싶은 분들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족보에서 빠진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구원의 하느님께서는 이 조상들을 통해서

저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시고 구원하셨습니다.

그렇게 믿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비구원의 역사를 통해서 구원을 이루어내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과

그 오랜 역사가 녹아 있는 숙성된 사랑에 감탄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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