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아버지의 유언
“난 네 어머니에게 잘못한 것이 많다.
네가 나대신 어머니께 잘 해드려라”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아들에게 남긴 한마디였다.
가책을 동반하여 다가서는 슬픔으로
아내에게 직접 들려주지 못한 남편의 이야기를 아들에게 말한
어느 할아버지의 유언이다.
아들과 어머니
서로의 눈엔 글썽이는 맑은 눈물이
새벽이슬처럼 괴어있었다.
담을수록 그 그릇은 비고
쌓을수록 그 염원의 벽돌은 남아돌기만 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꺼져버린 심지
추운 밤길에 두려움과 불안에 쫒기는 배회
품어주고 따습게 먹여주지 못한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와
마지막 한 발 남은 실탄을 장전하고
호흡을 조절하는 그때의 긴박함이 묻어있었다.
어릴 때 시집와서 체념과 절망을 넘어
상처를 견디며 일어서는 영광을 뒤로한 채
남편의 죽음을 바라보는 아내
중환자에게서 떠나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고독한 자의식 속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서 죽어간 사람
베드로라는 납골당의 명패를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
그에게 있어 가장 잘 한 일은
늦은 나이에 신앙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 속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엔
마지막 가는 길에 연민의 마음으로
돌보아주지 못한 미안함도 묻어 있었다.
생명의 자각엔 여러 성질이 있게 마련이고
사람에겐 저마다 받는 형벌이 있다.
아직은 실감나지 않겠지만
그 빈자리에 자리잡은 허전함이
흔적을 볼 때 마다 버섯처럼 솟아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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