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어느 곳에 가니 요일을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월요일은 달의 날, 수요일은 물의 날,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일요일은 해의 날이 아니라 주님의 날이었습니다.
신앙인인 우리에게 일요일이 주일인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요.
신자들 중에 주일이라 하지 않고 일요일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고,
저도 어떤 때는 일요일이라고 했다가 주일로 고쳐 말하곤 하는데
우리는 늘 주일이라고 해야 하고
또 말로만 주일이 아니라 진정 주님의 날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우리가 입으로는 주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주일의 주인이 주님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쉬운 예로 주일이 주님께 봉헌된 날이 아니라 내가 쉬는 날이어서
주일 미사도 빼먹고 놀러가는 신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이런 면에서 천주교 신자들을 개신교 신자들과 비교하면 엉터리 신자이고,
옛날식으로 표현하면 나이롱 신자입니다.
개신교 신자들은 주일이 되면 하루 종일 교회에 가서 삽니다.
교회도 아무 교회나 가는 것이 아니라 꼭 자기 교회에 갑니다.
그래서 이들과 주일 낮에 무엇을 같이 하려 하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주일을 주일답게 지내려면 꼭 이렇게 지내야 하는 건가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꼭 이런 뜻이 아님은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사실 모든 날이 주님의 날이니 주일만 주님의 날이 아니지만
주일만은 시간과 시간표의 중심이 주님이 되게 하자는 뜻이죠.
그리고 노는 것이나 쉬는 것이 주일 시간의 중심이 되거나
하느님 안에서의 친교가 아닌 사람들과의 친교가
우리의 시간과 시간표의 중심이 되지 않게 하자는 것이지요.
그런데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오해치 말아야 할 것은
주님이 우리 시간과 시간표의 중심이 되게 하자는 것이
주일을 온통 성당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간 계획을 짤 때 미사와 기도에 우선순위를 두자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겼다고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겼다고 하시면서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하심은 또 무슨 뜻일까요?
법의 안식일이 아니라 사랑의 안식일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쉬는 안식일이 아니라 사랑하는 안식일이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이 안식일에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사랑에 잠기고,
이 안식일에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을 더욱 더 사랑하며,
이 안식일에 우리는 주님 사랑 안에서 이웃을 더더욱 사랑하는 겁니다.
주일 미사는 이 모든 것의 종합입니다.
이 미사에서 우리는 주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이 미사에서 우리는 우리의 사랑을 주님께 드리며,
이 미사에서 우리는 주님 안에서 사랑을 나눕니다.
그리고 이 미사를 드리고 난 뒤 우리는 이 사랑 안에서
또한 편히 쉬기도 하고, 신나게 놀기도 해야 합니다.
정말 우리는 잘 쉬어야 하고, 잘 놀기도 해야 합니다.
시간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안식일이 우리를 위해 있다고 하시니
우리를 이토록 높여주시는 주님의 뜻에 따라
우리도 일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사랑 안에서 잘 놀고, 잘 쉬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