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아침에 쓰는 편지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신기루처럼 연한 물보라가 서리는 이런 날씨를
두
손에 바쳐 공손히 올리고 싶습니다.
알맞게 적셔지고 이상하게 따습고 눈물겨워
오늘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첫여름 대낮의 초록
햇빛조차 들지 않는 순수한 초록
그 위에 쏟아지는 빗줄기가 꿈결처럼 아련하고
아름답습니다.
묘하게 아프고 아름다운 감동이 샘물처럼 솟아올라
전에 없던 연민이 수증기처럼 서려옵니다
불송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장미들
초록과 선홍의 색조에 풀어져
저마다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여러해 전 이맘 때 어느
여름 날
아프리카 앙골라 오지에서 듣던 성가가 생각이 났습니다.
생명의 기로에 서있는 그들이 의지할 곳은 오직 한 곳
하늘에 바치는
애절한 기도와 염원
사람의 전 감관이 신령한 악기 되어 울리는 그 단조로운 선율
불시에 눈시울이 젖어 와서 나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의 얼굴은 그만큼 삶의 얼굴입니다.
서로를 기르고 보완하는 축복된 능력
사랑은 고통과 기쁨을 함께 보듬는
모순을 잉태하고
연민과 관용을 갖게 합니다.
생명을 사랑하며
생명을 둘러싼 것을 뜨겁게 찬미하면서
그것을
지어내신 선하신 하느님의 얼굴을
피조물 안에서 발견하면서
감사에 넘친 마음으로 기쁘게 살아 간다면
얼마나 복되고
아름다울까요...
누군가에게 편지가 쓰고싶습니다.
그곳이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