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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영락없는 어린애라니...!

by posted Jan 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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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가 온누리에.

지난 성탄 카드에 쓴
요한이라는 아이의 글이 잊혀지지 않는다.

"...저처럼 아프지 마시구요...기도해 주신 덕에
이제 목만 조금 아파요. 요즘 오래 못보네요. 언젠가 만나겠지만
못보면 학교에 뭘 놓고 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초교 3년생인 요한이가 그 즈음에 심한 몸살 감기를 앓으면서
그 카드를 썼나보다.

최근 내 처지가 그렇다.
지독한 몸살 감기 와중에 성체 조배를 하려니,
보이지 않으시는 예수님께서 성덕이 미흡한 내게
현시를 하실리는 만무하고,
그대신 감실 앞에 나타나신 분은 바로 내 할머니-

"얘야, 이 할매가 대신 아프면 좋겠구나!
아이고 내 새끼, 머리에 열 좀 보게..."하시며
밤새 함께 뒤척이시며 찬 물수건을 수시로 갈아주시던 할머니...

그랬다.
엄마나 할머니는 바로 나의 하느님!
특히 내가 아플 때면,
그 존재는 가히 하느님 이상이셨다.

이렇듯 까마득한 세월의 뒤안길에서도
두 분에 대한 생각이 내 안에 가득한 걸 보면,
평생 아이에서 못벗어나려는가 보다.

성체 앞에서
성체가 바로 할머니 엄마이시고
두 분이 곧 주님이시니
유치한 착각이 이만저만 아니렸다...ㅋㅋㅋ

그래도 주르르 양 눈가에 흐르는 눈물로
그나마 아픈 고통이 좀은 가신 듯,
참으로 감사드릴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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