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의 사유
한 자루의 촛불이 불탄다.
은수자의 마음처럼 맑고 투명하다.
촛불 앞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합장하는 것
하나의 손이 다른 손을 만나서
공손히 모아지는 일은 눈물겹다.
절실한 손의 외로운 만남
영혼의 화합도 이런 걸까
하나의 영혼이
또 하나의 영혼 곁에 가만히 다가설 때
이 보다 더한 성실은 없으리라
영의 현존 안에
영혼과 영혼의 만남
하늘의 별보다 많은 만남 중에
몇몇이나 그렇게 만날 수 있을까
주고 또 주어도 마냥 주고 싶은
헌신에의 조바심
모두 주었다고 해도
또 줄 것이 남아있는 그런 것
슬프도록 아름답고
긴 여운이 남는 것
“사랑의 약화가 가져온 것이 원죄가 아니라
사랑의 속화가 불러온 것이 원죄”라는 말이 있다.
사랑을 감소한 것이 아니라
끌어내려 타락케 한 것이라는 말이다.
속화는 자기중심성이다.
헌신과 증여가 아닌 소유로 타락한 것이다.
어둠은 빛이 없는 상태
하나의 촛불이 불탈 때
자신을 태워 내어주는 빛 속에서
존재를 확인한다.
무섭게 추위를 타는 겨울밤의 사유
추위를 재는 온도계가 바닥을 알린다.
나를 내려놓는 일도 바닥에까지 왔나
그럼 희망을 가져야지
여기서부터는 조금씩 올라갈 수 있으니까
겨울의 밑바닥에서
인식의 여명이 깨어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