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칠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요 며칠, 복음에 매번 등장하는 존재가 천사 가르리엘과 성령입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그제는 요셉에게, 어제는 즈카르야에게 갔다가
오늘은 마리아를 찾아가느라 사뭇 바쁩니다.
그리고 천사는 성령께서 함께 계실 것이고, 충만할 것이라는 약속을 합니다.
그런데 이 천사의 약속을 믿은 사람들과 믿지 않은 사람이 갈립니다.
요셉은 묵묵히 이 말을 믿고 받아들인데 비해
마리아와 즈카르야는 천사의 말과 관련하여 몇 마디 주고받습니다.
그리고 즈카르야가 의심을 한 데 비해 마리아는 이 말을 믿고 받아들입니다.
그렇습니다. 믿었기에 마리아의 문은 하느님께 활짝 열렸고,
우리도 믿을 때 우리를 활짝 열게 됩니다.
반대로 우리는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문을 열지 않습니다.
그는 침입자이기에 그가 우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그에게는 감추고 보여주지 않습니다.
몇 달 전 저는 성경을 전공한 사람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성경이 아니라 어떤 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는데
사람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이 가득 차 있어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예 문을 닫아 걸어버리고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은 시작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겉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성경을 공부한 사람이 어찌 이리 믿지 못하는고?
자기한테도 도움 되지 못하는 그런 공부와 지식을 뭣에 쓰나?
그러므로 엘리사벳이 자기를 방문한 마리아에게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이라고 칭송하듯
우리도 마리아처럼 말씀을 믿어야 열 수 있고,
열어야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진정 믿음의 여인이고 주님의 말씀에 열려있는 여인입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말을 천사의 말을 듣자마자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고 대답하고는
즉시 자신의 태를 열므로써 하느님의 말씀이신 주님을 잉태하십니다.
다시 얘기하지만 믿음이란 가능성을 믿는 것이고,
말씀하신 것이 헛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그리 될 거라고 믿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말씀에 자신을 개방하여 말씀의 잉태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믿음의 개방과 관련하여 오늘 복음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마리아처럼 믿을 때 우리도 성령께 자신을 열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렇습니다.
믿을 때 우리는 성령께 마음도 열고 태도 열게 되며,
성령으로 말미암아 두려움 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케 됩니다.
그래서 성 프란치스코는 우리에게
성령의 정배,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라고 합니다.
풀어 얘기하면 성령의 정배가 됨으로써 그리스도의 어머니도 되라는 겁니다.
성녀 클라라와 자매들에게 “성령의 정배가 되셨다.”고 얘기한 프란치스코는
모든 신자들에게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성령으로 말미암아...그리스도께 결합될 때 우리는 정배들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천할 때 우리는 그분의 형제들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그분을 모시고 다닐 때 우리는 어머니들입니다.”
성탄을 앞둔 우리도 마리아처럼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려면
주님의 말씀을 믿는 자 되어야 합니다.
이 말은 즈카르야처럼 주님의 말씀을 의심치 말고
성모 마리아처럼 믿으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다른 어떤 말보다 주님의 말씀을 믿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믿는다는 것은 꼭 집어서 말할 수 없는 어떤 감,
그리고 마음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어떤 실마리, 끄나풀 같은 것이 필요하기에
프란치스코 성인께서는 '올바른 신앙과 확고한 희망과 완전한 사랑을 주시며' 라는
기도에 뒤이어 그 선물을 알아차릴 수 있는 '지각과 인식을 주소서'라고 기도 하시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어느 때 나름 했던 것 같습니다.
“성령으로 말미암아...그리스도께 결합될 때 우리는 정배들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천할 때 우리는 그분의 형제들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그분을 모시고 다닐 때 우리는 어머니들입니다.”
라는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며
제 마음의 어두움을 밝혀 주시고 당신의 거룩하고 진실한 뜻을
실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라고 기도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