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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 길에서 만난 할머니

by posted Apr 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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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가 시냇물처럼...

지난 부활대축일
미사를 마치고 공동체 행사로 제법 먼 진주로
엠마오 길을 다녀 왔다.

세 형제들은 본당 형제와 함께 오랫만의 해후를 나누었고
'진주'하면 언제나 지을 수 없는 기억의 한 분이 떠올라
찾아보니, 본당 신부님이 즉시 연결을 해 주어
10분 정도 되었을까...빅또리아 할머니가 나타 나셨다.

할머니를 뵌 지 꼭 30년,
곱상하신 얼굴 모습은 옛 그대로이셨지만
나보다 훨씬 크셨던 키가 작은 나보다 더 작아지셨다.

빅또리아 할머니에 관한 사연은 이러하다:
30년 전 성대서원 개인피정을 하러 진주 칠암동 수도원으로 갔을 때,
전혀 면식이 없는 자매님이(당시 50대 초반) 내 방 노크를 하시는 게다.
"무슨 일이신지...!!!???" 물었지만,
그 준수하신 모습에 말씀을 하실 듯 말 듯...이내 접어두시곤
그냥 가버리셨다.

그런데 그날 밤,
지극히 양호한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리고
가위 눌리며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그게 하도 이상해
아침 식사 때, 본당 신부님께 꿈 이야기를 해드렸다.
식사를 마친 후, 부엌에서 나오시며 꿈 이야기를 다 들으셨다며
그 내용이 바로 당신이 하고자 하셨던 사연이란다.

들어보니 꿈 내용과 자매님의 사연이 기막히게 딱 들어 맞았다.
몇 년 전 부군을 여의었고 그 무렵 대학생이던 외아들마져
해변가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뇌친탕으로 하늘 나라로 갔다는..
그래서 아들 묘를 쓰려다 보니,
부군의 소유지였던 산지가 가장 친했던 친구 명의로 넘어간...
꿈 속에 깊은 산중 두 묘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던...바로 그 사연!

바로 본당 신부님께 의뢰하여 잘 해결이 되었으니,
꿈 치고는 명 꿈이 아니었던가.

30년 세월이 흘러 그 빅또리아 자매님이 할머니로 변해 계신게라.
뵙자마자 내 손을 꼬옥 잡고 놓지를 못하시는 할머니!
그렇게 30년 만의 해후를 짧은 듯 긴 이야기와 함께,
장장 3시간동안이나 지나 온 세월을 나누었다.

빅또리아 할머니,
엠마오 길에서 주님께서 만나게 해 주신 소중한 인연이려니
기도 안에 30년 세월에 이어 늘 기억해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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