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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즐박이 새 부부

by posted May 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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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샘물같은 평화

한 차례 새하얀 산벚꽃이 지나간 봄의 자리에
연초록 봄의 이야기도,
어느덧 짙푸러져만 가는 성거산의 모습!
쥐방구리 드나들 듯
유리 문을 여닫을 때마다,
곧바로 건너다 보이는 후원의 기와 담장에
알에서 깨어나온 곤즐박이 아기 5마리가
인기척만 나도 어미인 줄 아는지 입을 짝짝 벌리 곤 한다.

오랫만에 시원히 내리는 비를 대하면서
먹이를 구해야 하는 새 어미들이 심히 걱정스러워졌지만,
곧 나의 기우(忌憂)였을 뿐...
우중(雨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먹이를 물어 나르는
어미 새들의 부지런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 온다.

알에서 깨어 나온지 벌써 일주일이 넘어
며칠 후면 곧 날개짓을 할 새끼들이니,
그만큼 많은 먹이를 구해야 하는 어미들의 노고가
참으로 가상스럽기만 하다.

* * *

갑짜기 측은지심(惻隱之心)에 대한 회상이 떠오른다.
오래 전 산청, 성심원에서 잠깐 지낼 때였다.
카나리아 한 쌍을 길렀는 데,
어찌나 부지런하고 금슬이 좋던지
쉼없이 알을 낳아 깟고 새끼를 잘 길렀다.
같은 무렵 밖의 처마 밑엔 굴뚝 제비가 둥지를 틀어
새끼를 품고 있었지만,
뭔 연고인지 그 중에 한 마리를 자꾸만 밀쳐내어 땅바닥에
떨어뜨리곤 했으니,
오가는 길에 여러번 다시 둥지에 넣어주어도
어김없이 땅바닥에서 바둥거리는 불쌍한 새끼!

그래서 혹시나 하며 비숫한 또래의
카나리아 새끼들 틈에 넣어 주었다.
제 새끼가 아닌 카나리아 어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제비 새끼는 배가 고파 바둥거리다 지쳐버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기적처럼 카나리아 어미는 제 새끼도 아닌
제비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버려졌던 굴뚝 제비 새끼는
카나리아 어미 품에 길러져 건강하게 잘 자랐다.

측은지심은,
만물의 영장인 사람 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교훈을...
회상처럼 잊혀지지 않는 카나리아 어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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