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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복된 망중한(忙中閑)의 하루

by 김맛세오 posted Nov 2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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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지난 토요일,
언제부턴가 약간의 치매기로 입원중이신 양마리아(OFS) 할머니를 뵈어야겠다는 생각에,
오후에 안성형제회에 갈 일이 있기에, 마침 집을 나서는 형제들 틈에 끼어
천안 시내로 향하였다.

평소 신앙 생활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살아 가시던 할머니!
고급 찹살떡과 초코렛을 준비해 할머니께 드리니,
방문해 준 것 만으로도 너무 황송해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엔
치맷기란 전혀 찾아 볼 수도 없이..."젊었을 때 넘 고생을 많이 해 이렇게 입원하신 것"
이라며 자책을 하시는 거였다.
오랜 시간을 할애하면 할머니가 힘드실까봐 간단한 기도를 마무리로
병원문을 나섰다.

밖에 나와 내친 김에 신세계 백화점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가며 차창 밖으로 늘상 들르고 싶던 헌책방엘 들러 3권의 책- 햐! 얼마나 싼지,
8천원에 구입-을 샀고, 좀 더 걷다보니 애견 상점들이 여러군데라
조막만한 애견들의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하도 귀여워 애들처럼 한참 구경했다.

잔뜩 흐린 날씨에 그렇듯 유유자적 걷는 것도 기분 짱!
인산인해인 신세계 백화점에 이르러선
마침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이라, 칼국수 한 그릇으로 맛나게 허기를 채웠다.
교보에 들러 맘에 드는 책 2권을 더 골라 샀고...
안성행 시내 뻐스에서 내려서는 20여분 걸어가도 되겠다 싶어
도중 중앙 도서실에 들러 마신 자판기 커피의 맛도 일품이었다.

오후 안성에서의 회합을 마치고는,
돌아오는 길에 성거읍내 마을 도서관엘 들렀다.
언제부턴가 성거산과 마을에 관한 역사적 고증들을 알고 싶어서...
그러나 열람해 보니 딱히 참고될 만한 책이 없는 데에 실망.
아무튼 그렇게 1시간여 보내다 보니 밖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거기서 집까지는 40-50분은 족히 걸린다.
때로는 새까만 밤길이요 땀이 좀 날 정도로 오르막 길을 걷는 것도
여간 즐겁지가 않으니...
걸으면서 입원중에 계신 지인들 위해 로자리오 3꿰미는 족히 드릴 수 있고,
어둠 속 펼쳐지는 사위의 경관도 나름대로 얼마나 좋은지!

천흥리 저수지 둘레의 가로등이 뽀얀 밤 안개와 조화를 이룬
별스런 밤풍경하며,
겨울 문턱을 스치는 바람결의 속삭임 또한 뺨과 귀를 간드려
마치 연인의 손길처럼 보드러웠다.
휘돌아가는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에
그 재잘거림이 결코 심심치않으니...
어둠 속 나무들의 '하-이'하는 인사 소리가 마냥 즐겁다.

참으로 사랑 가득했던 밤 길!
언제 또 그런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질 수 있던 참으로 행복한 하루여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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