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어제는 설 명절을 맞이하며 설에 대한 감상에 젖어봤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떠오르는 노래가 ‘Home sweet home’이었습니다.
아마 이 가사 때문일 것입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명절을 맞이하며 이 노래가 생각난 것은 이 명절에
내 쉴 곳은 어디이고 내 갈 곳은 어디인지 생각이 되었기 때문이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명절이 되어도 갈 곳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아무리 형제들이 있어도
그들의 집은 나의 집이 아니고,
내 갈 곳도 아니고 내 쉴 곳도 아닌 그들의 집입니다.
대신 저를 찾아오는 아이들이 얼마 전서부터 있습니다.
저를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아이들, 특히 탈북자들처럼
갈 곳이 없어서 저를 갈 곳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어제도 다녀갔고, 명절 내내 돌아가면서 찾아오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디 가지 않고 수도원을 지키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가고, 내가 쉴 곳인 나의 집은
어머니가 계신 곳이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이 나의 집입니다.
영원히 계실 것 같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내 갈 곳, 내 쉴 곳이라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나의 집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내가 있는 곳이 나의 집이라는 것을 저는 깨달은 것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나의 집이란 소유권이 내게 있는 집이기도 하지만
소유권이 내게 있어도 내가 머물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나의 집입니까?
그런데 나 혼자 있는 집이 영 나의 집 같지 않다면
하느님이 내 집에 머무시게 하고,
하느님이 계시는 나의 집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면 될 것입니다.
얼마 전 어떤 입양아가 부모를 찾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수 십 년을 살아 온 나라를 포기하고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찾아오고
안정된 직장까지 포기하고 그토록 부모를 찾는 것이 무슨 뜻인지,
부모 중에서도 어머니를 찾는 이유가 뭣일지 생각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그 엄마는 필시 내가 나온 곳, 나의 근원, 나의 고향이고,
그래서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인데 그 엄마가 사실은 하느님일 것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그래서 저는 자주
<어머니이신 하느님>, <하느님 어머니>라고 하느님을 부르곤 합니다.
그리고 이 어머니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그래서 제가 찾고 사람들이 영원히 찾는 것도 사랑입니다.
어제 재의 수요일에 머리에 재를 얹으며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권고를 들었는데
우리의 근원인 고향과 부모를 찾아가는 설날인 오늘은
사랑에서 와서 사랑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임을,
사랑이 있는 곳이 내가 가고, 내가 쉴 집임을,
사랑이신 하느님이 계신 곳이 나의 집임을,
나는 나의 집의 주인이고 나의 집은 사랑의 집임을.
나의 사랑의 집은 분노나 원망이나 미움이라는 도둑이 침입치 못하도록
하느님의 사랑에 늘 깨어 지켜야 할 나의 집임을 생각하는 날입니다.
아울러 나의 집은 하느님의 사랑을 찾는 외로운 사람들이
그 근원적 사랑을 찾아오는 집이 되어야 함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어머니를 비롯해서 사랑하는 분들 한 분 한 분이 세상을 떠나는
애별리고를 겪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아~ 이젠 그리워 해야 할 대상이 이 세상에서보다 하늘나라에 더 많기에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이 세상으로부터의 집착을 놓게도 되겠구나...라는 생각,
어제 머리에 재를 받으면서 더욱 짙게 다가왔습니다.
갈곳, 목적지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고 그 곳에 있는 그리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르며 심리적으로 영적으로 방황할 것이 없다는,
남은 시간을 잘 살기만 하면 되겠다는 결심...그런 확신이 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갈 곳도 기다려 주는 사람도 없어 삶의 거리에서 방황하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힘들때가 있을까....
싶어서지요.
잘 산다는 것은,
"사랑에서 와서 사랑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임을,
나는 나의 집의 주인이고 나의 집은 사랑의 집임을.......
하느님의 사랑을 찾는 외로운 사람들이
그 근원적 사랑을 찾아오는 집이 되어야 함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라는 말씀처럼,
저에게 남은 시간이 사랑에 고픈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품이
될 수 있도록 간절한 기도를 청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이 순간입니다.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길 축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