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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의 달을 보내면서...

by 김맛세오 posted Nov 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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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 선

토요일마다 수녀원으로 미사를 드리려 갑니다.
미사에 가기 전 새벽 6시가 좀 못 되어 저 아래 저수지까지
산보하기 위해 걷습니다.
새벽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차가운 초겨울 공기에 흠뻑 취해선지
그 맑음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북두칠성과 함께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들을 보며 밀어를 속삭일 때마다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며 사랑할 수 있는 내 자신의 존재감에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절로 감사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내리막 길 양 쪽으로 빽빽히 들어찬 나목들을 의식하면
무엇보다도 한겨울에 잔뜩 채비 차리는 인고(忍苦)의 모습에
차라리 그 거룩한 면전에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곤 엊그제만해도 곱고 화사했던 단풍들 빛갈들의 추억이
새삼스러워져 내 인생 여정을 다시금 반추하게 됩니다.
내 인생 역시 고왔던 추억들이 얼마나 많았던가...하는...

한편 질서정연한 자연의 행보에 비하면 시간에 얽매어 살아가는
우리네 속 사정엔 낙엽처럼 떨구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자연의 일부분이면서도 자연이지 못하게 살아 온 부끄러움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낙엽을 통해, 별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초겨울 날씨에
연못의 비단 잉어들도 물밑 동면에 들어가는지 아예 먹는것도 접어두고
바닥에서 거의 미동도 하지 않는 걸 보면, 곰같은 동물 만이
겨울 잠을 청하는 것이 아니가 봅니다.
나목들 역시 낙엽을 훌훌 떨어버리는 것은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한 채
동면에 드는 것일 테지요.

이렇듯 겨울나기를 위한 자연의 갖가지 동면(冬眠)처럼,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나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내 인생 여정 역시 어디만큼 와 있을까도 고려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동면이 아닌 영면(永眠: 영원히 잠드는)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야 함을 생각하라."
아무것도 남김없이 떠날 적에
죽음에서 부활로 옮아가는 절묘한 이치를
자연의 질서 앞에서 깊이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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