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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사순 4주 수요일-추억만 하지 말고, 기억도 하자!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Mar 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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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대전에 있다가 서울로 올라온 후 저는 매주 수요일 광화문에서 있는

세월호 희생자 미사에 참석하는데 오늘도 이 미사가 있는 날입니다.

 

칼바람이 매서운 광화문의 이 미사에는 85세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께서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오셔서 늘 맨 앞에 앉으시는데 미사가 시작되면

제대의 촛불을 켜시고, 거양성체 때는 손수 싸가지고 오신 종을 치십니다.

 

이런 할머니가 계시지만 이제는 그만 잊자고 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미사에 대한 알림이 저희 수도원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데

다른 알림은 3천 명 가까이 보시는데 이 알림은 200 명 정도만 보셨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사고가 나고 한동안은 잊지 않겠다고 온 국민이 약속했는데

이제는 잊어버려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외면을 하는 것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는 생각지만 내 사는 게 힘들어 신경 못쓰는 것인지,

어떻든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위원회도 조직되었으니 지켜보겠다는 것인지.

 

제가 대전에 있을 때는 80 후반의 할머니께서 계속 미사를 봉헌하셨습니다.

할머니는 당시 돈이 없어 13살에 죽은 그 아들을 잊을 수 없어서

50년이 지난 지금도 없는 돈을 톡톡 털어 미사봉헌하시는 것인데

형편이 어려운데도 미사를 봉헌하시니 미사 예물 받는 마음이 편치 않지만

어머니의 사랑이고 정성이니 그만 두시라고 할 수 없어 계속 봉헌했습니다.

 

저의 어머니도 지난날을 돌아보시며 첫아들을 낳자마자 잃은 것이

30 초반에 남편을 잃고 여섯 남매를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하신 것보다

더 큰 아픔으로 남는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바로 그런 것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성모 마리아, 광화문의 할머니, 대전의 할머니, 저의 어머니,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은 혹 잃어도 잊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가슴에 묻은 자식을 가슴에서 밀어낼 수 없습니다.

 

이처럼 기억은 사랑입니다.

상처만큼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사랑만큼 기억에 남습니다.

아니, 아무리 과거의 상처가 기억으로 지금 되살아날지라도

상처가 아프고 두려워 사랑하는 사람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상처가 되살아나는 것이 두려워 기억치 않으려고 하고,

기억 않으려고 하니 기억치 않을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랑치 않는 겁니다.

 

얼마 전 세월호 희생자 박 성호 군의 어머니를 초대해서 얘기를 들을 때

저희는 그 아픈 얘기를 또 하게 하는 것이 많이 죄송스러웠지만

성호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들이 사람들에게 잊히는 게 더 괴로운 것이기에

기억을 멈출 수 없고 얘기를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자기가 낳은 생명이 허망하게 사라지고 허무하게 잊힐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 이사야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하시고,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죽은 이들을 일으켜 다시 살리시는 것처럼

아들도 자기기 원하는 이들을 다시 살리신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사순시기와 매주 금요일, 십자가의 길을 하는데 이때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하고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돌아가신 그 길을 성모님께서 아들을 기억하며 매일 걸으신 것이

이 십자가의 길의 유래이기에 우리는 이렇게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이며

이때 기억은 기도가 되고, 사랑이 됩니다.

 

우리는 지난 일들 중에서 아름다운 것은 추억하고 아픈 것은 기억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만 추억하고 아픈 것은 기억치 않고 싶어 하는데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추억만 하지 말고 기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상처와 함께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주님께서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살리려 했던 그 사람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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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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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용정지용 2015.03.18 09:20:05
    자신의 일이 아니면 쉽게 잊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요. 남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함께 아파하는 것이 당연한 알인대, 당연한 것이 더이상 당연한 세상이 아닌 것이 슬프고, 저 역시 그런 인간 중 하나임에 반성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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