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베드로는 복음을 선포하지 말라는 대사제의 말에
사람에게 순종하기보다 하느님께 순종하겠다고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그러면 나는?’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사람인가, 사람에게 순종하는 사람인가?
저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하느님께 분순종하는 줄 알면서도 사람에게 순종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의식적으로는 하느님보다 사람에게 더 순종치는 않고,
베드로 사도의 말처럼 사람에게 순종키보다는 하느님께 순종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저는 하느님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달리 말하면 하느님께 대한 의식을 놓쳐버리고,
그래서 그럴 때는 사람의 비위나 맞추려고 하거나
적어도 사람의 비위를 상하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살고,
할 수 있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요.
그런데 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는 사람에게도 순종치 않고 하느님께도 순종치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저는 저에게 순종하는 형편없는 존재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많은 경우 저는 저의 욕구에 따릅니다.
무의식적으로 저는 저의 욕구대로 행동을 합니다.
목마르면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마시고,
밥 먹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반찬을 가져오며,
추우면 양달을 찾고 더우면 응달을 찾습니다.
그렇습니다. 의식치 않으면 우리 인간은 자기 좋을 대로 합니다.
인간은 만족의 동물이고, 만족이란 욕구만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께 순종하려면 하느님께 늘 깨어있어야 함은 물론
자기 욕구에도 깨어있어야 함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각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면 " 난 그냥 계획없이 닥치는 대로 산다"
고 하면 듣는 사람들은 제 말에 박장대소를 하면서.... 제 말이 넘 웃기기도 하고 듣는 순간
속이 시원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저 한테는 영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하고,
어떤 친구는 자신도 어느 모임에서 똑같이 말해봤는데 제가 할 때의 맛이 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 바탕 웃었던 적이 있는데....
전 이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아...내가 이렇게 철저하게 이중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란 말인가..
하는 자기 반성을 하게 됩니다. 기분대로 내키는 데로 욕구대로 살면서 다만 들어나지 않게
순수한 사람의 눈을 속이는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언제나 "내가 나임"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이 순간 입니다.
"하느님께 순종하려면 하느님께 늘 깨어있어야 함은 물론
자기 욕구에도 깨어있어야 함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