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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동창 녀석들

by 김맛세오 posted May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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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지난 주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두 소식을 접했다.

 

  그 하나는 흑석동에서 3년간 덕수상고를 함께 다닌 동창 친구 녀석이 일찍 하늘나라로 갔다는

비보(悲報)였고, 다른 하나는 초교 동창으로서 2년 전인가 암말기의 진단을 받아 죽음의 문턱에서 수술을 거부하고 강원도 오색과 양양에서 자연식을 하며 요양, 투병을 하던 녀석이 멀리 스페인의 산티야고 순례 길을 25일째 걷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카톡으로 여러 장면의 사진과 함께 보내 온 것이다.

 

  그런데 그 둘은 평소 삶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나 달랐다고나 할까.

  둘이 다 좋은 학교를 나와, 죽은 녀석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오랜 세월 직장과 가정에 의무를 다하며 살았지만, 어쩌다 만나면 늘 부정적이고 힘든 인간관계를 털어 놓는 편이었다.  말년엔 척추 수술을 받아 다리가 불편, 보통 활동하기에도 어려움을 호소, 몇 년간은 거의 골방 노인처럼 지내왔었다.  그래도 그토록 빨리 생을 마감하다니...!

  3년간 학교를 같이 다녔고 어쩌다 만나면 이런저런 회포를 곧잘 풀었던 녀석이 먼저 영원한 안식에 들어 만날 수가 없게 되었다니, 삶과 죽음이 정말 생겼다 어디론가 스러지는 뜬구름만 같게 여겨지는 게다.

 

  후자 녀석 역시 서울고교를 거쳐 유명 대학을 졸업- 한 때 몇 년간은 뉴질랜드에서의 이민 생활을 하다가 장남으로서 부모님 공양에 소홀한 것 같다면 딸들만 뉴질랜드에서 정착해서 살도록 하였고,한국으로 귀국해, '자유 여행 수필가'라는 직업과 사업상 중동이나 아프리카...등지로 자주 여행을 하며 지내온 녀석이다.  그의 수필을 대하면, 어쩌면 그리도 국내외 오지를 찾아서 잘 다녔고 필치도 풍부한지 손색없는 문인으로서의 끼를 십분 잘 발휘하며 지내왔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2년 전 암 말기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들의 권유가 있었을 당시, 강릉에서의 회의 참석차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그를 위안하려 오색으로 방문하여 이런저런 담담한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빈들 카페에도 그런 내용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결국 수술을 거부하고 공기 좋은 산 속에서 자연 치유의 일환으로 열에 약한 암균과 투병- 매일 체온을 높이려 등산을 빠짐없이 하노라 설명을 하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완전 쾌유되어 산티야고 순례 여정 25일 째라니...!  아마도 지금쯤 한 달 이상이 되어 다 마쳤을지도 모르겠다.  장하도다, 베드로!  덤으로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순례 길을 완주하고는 얼마나 감사, 감회가 깊었을꼬!       

 

  그렇다.  평소 가까이 해 온 두 동창 녀석들의 죽음과 생을 바라보면서, 그런 모든 것들이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역시 내게도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깊히 느낌에랴!

  그렇다면 결코 길지않을 여생을 어찌 지내야 할까?  '내일 죽는다 하여도 오늘 사과 한 그루를 심는' 긍정적인 도전의 자세가 필요하리라.  '거저 주신 생명 언제 거두어도' 후회가 없을 오늘, 지금을 늘 감사에 넘쳐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내일이면 연피정의 일환으로, 팽목항을 시작으로 강정 마을을 끝으로 하는 7일간의 짧은 여정을 걷기로 하였다.  신록이 짙어가는 이 푸르름에, 함께하는 자그마한 아픔도 어쩌면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생을 굽어보시는 하느님께 마냥 죄스러움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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