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이것>이 무엇일까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지혜롭고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하느님께서 감추시는 <이것>,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는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러니까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지혜롭다는 자들이 누구인지 알면 되고
지혜롭다는 자들은 모르고 철부지는 아는 게 무엇인지를 알면 되겠습니다.
지혜롭다는 자는 틀림없이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일 것입니다.
이들은 율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지혜롭다고 자부하며,
율법을 모르는 자들은 저주받을 자들이라고 감히 얘기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율법을 몰라 저주받을 자들이라고
율법학자들이 무시하는 사람들이 비록 율법은 몰라도
<이것>은 안다고 철부지를 추켜세우며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율법을 알기에 모르는 <이것>은 무엇이고,
율법을 모르기에 오히려 아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느님 당신 자신이시고,
하느님의 나라이고
하느님 나라의 사랑이 아닐까요?
지혜란 하느님을 아는 것입니다.
하느님 모르고 다른 것을 아는 것은
아무리 많은 것을 알아도 그것은 지혜가 아니라
지식의 쓰레기 더미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안다고 생각하기에 모르는 나는 아닌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나,
아니 다른 것은 모두 모르는 나는 아닌지?
지혜는 없고 지식만 쓰레기 더미처럼 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을 두려운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는 오늘입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많은 경우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저도 예외는 아니지요....
아마도 "율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지혜롭다고 자부하며,
율법을 모르는 자들은 저주받을 자들이라고 감히 얘기하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네가 하느님을 알고 싶으면 먼저 너 자신에 대하여 알도록 해라"
라는 말이 있듯이 진정으로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이 순간입니다.
"지혜란 하느님을 아는 것입니다.
하느님 모르고 다른 것을 아는 것은
아무리 많은 것을 알아도 그것은 지혜가 아니라
지식의 쓰레기 더미에 불과합니다."
고맙습니다.
....................
제가 며칠 피정을 갑니다.
다녀와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