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에 쓰는 편지
사색과 그리움이 흐르는 유역에 사는 그대에게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편지를 씁니다.
연일 계속되는 길고 긴 장마 속에서 쏟아지는 빗소리는
그대와 나의 사이처럼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닙니다.
가슴이 식어가는 시대
그리움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도
쓰고 지우는 정성어린 편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삶을 에워싸는 여러 일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와 의미가 담겨져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슬기의 빵으로 배를 채우고
깨달음의 생수로 기갈을 풀게 하는 원동력은
기도이며 사랑입니다.
사랑 받고 있음으로 해서 사랑하는 일
보살피고 편들어 주는 마음으로
외로움과 비탄에 우는 이들의 곁에 머물며
위안을 불 밝히는 일입니다.
존재의 고독, 그 깊은 심연에서
생명의 뿌리를 묵상하며
영의 현존아래 기도가 샘솟게 되면
자기를 바로 살피게 되고
생소한 타인들이 피붙이 같은
친밀한 이웃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밤입니다.
밤에 솟아나는 순수하고 깨끗한 열정
자신의 촉신을 불태워 빛을 내는 촛불처럼
생명의 연소로 누군가에게 따뜻함과 빛을 주려는 원의가
샘물처럼 솟아오릅니다.
그대 영혼의 처소에 불을 밝히는 주님의 영께서
이 밤 그대를 축복하시어
쏟아지는 비처럼
은총으로 흠뻑 적시게 해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