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프란치스코 오상축일에 교황님께서 선포한 봉헌생활의 해를 맞아 수도원을 개방하여 신자분들과 함께 기도하고 미사를 하였습니다. 미사 시간에 세월호 희생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적은 노란 종이와 초를 성당 앞줄에 배치를 하였습니다. 미사를 하는 중에 저는 천상교회와 지상교회가 함께 미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기도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그분들이 우리가 우리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느님의 마음으로 나아가도록 초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날을 준비하면서, 한 형제가 신자분들 중에 전대사를 받기 위해 이 미사에 참여하러 왔다가 미사 중에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면 당황해하거나 속상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였습니다. 형제들은 이러한 우려에 마음으로 함께하며, 해설과 강론 때 프란치스코 오상축일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것을 연결시켜 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강론의 책임이 주어졌고, 하느님 안에서 고심하며 이러한 강론을 준비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224년, 프란치스코는 라베르나 산에 오릅니다. 프란치스코는 대천사 미카엘 축일을 준비하며 조용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했다. 프란치스코는 아무도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곳에 움막을 짓고 그곳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 유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레오 형제뿐이었다. 레오 형제는 프란치스코가 허락할 때 빵 한 조각을 가지고 그 움막에 다가갈 수 있었다. 어느 날 동틀 무렵 프란치스코는 손과 옆구리와 발에 뚫리는 아픔을 느꼈다.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가 그에게 각인되었다.
전기는 프란치스코가 오상을 받기 전에 이런 기도를 바쳤다고 한다. "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제가 죽기 전에 당신이 십자가 위에서 겪으신 그 고통을 제가 느끼게 해주시고, 당신의 그 큰 사랑을 제 마음에 담게 해주소서." 프란치스코는 하느님 아버지께 자신의 마음을 내어드리며 사람들을 사랑한 그 마음을 닮고 싶어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은 프란치스코가 회개 때부터 이미 가졌던 마음이었다.
프란치스코는 유언에서 자신의 회개는 나환자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프란치스코는 전쟁에 실패하고 포로가 되고 아프게 되면서 세속적인 욕망이 헛됨을 알게 되고 하느님의 뜻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란치스코는 시골길을 가다 나환자를 만났다. 나환자는 프란치스코가 가장 혐오하던 이였다. 그는 나환자들이 있는 곳은 피해 다녔으며 어쩔 수 없이 나환자를 만날 경우 코를 막고 도망치곤 하였다. 하느님의 뜻을 찾는 이 순간 그는 갈등하였다. 기존의 '나'를 높이고 채우려던 마음은, 그냥 빨리 그 자리를 피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들리는 하느님의 마음은 그가 사랑으로 나아가도록 초대를 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는 하느님께서 일으키시는 그 마음에 자신을 열어젖히고, 말에서 내려 그 나환자를 포옹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삶의 맛을 느끼게 됩니다. 그의 영혼과 육신에 쓴맛이 단맛으로 바뀌는 체험을 하였다.
첼라노 전기는 프란치스코가 나환자를 포옹한 후 말에 올라타 뒤를 보았을 때 그 나환자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첼라노는 이어서 성 다미아노 성당에서 십자가 고상이 말씀하는 체험을 말한다. 마치 사라진 그리스도가 다시 프란치스코에게 나타나 말씀하는 듯하다. "프란치스코야, 가서, 무너져 가는 나의 집을 고쳐라!" 처음 프란치스코는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폐허가 된 산 다미아노 성당을 수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차츰 이 말씀이 외적인 성당이 아니라 하느님의 집인 그의 마음과 사람들의 마음임을 알아차립니다. 프란치스코는 회개를 통해 무너져 가는 교회, 즉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자신의 마음과 사람들의 마음을 고치는 삶을 살았습니다.
프란치스코에게서처럼 우리가 거짓과 욕심에서 오염된 우리 안의 하느님 마음을 되찾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나환자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약한 이들을 사랑함으로서 우리 안에 그리고 세상 가운데에 하느님의 마음이 살아나고 부활하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함께 우리의 본 마음(하느님 마음)을 찾고 회복하는 길을 걷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