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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영화를 보고 나서(II)-복음적 이상에 대한 프란치스코의 확신과 회칙

by 김 레오나르도 posted Nov 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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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le Soavi의 성 프란치스코 영화 2부에서
프란치스코는 글라라를 받아들이고
아버지에게 쫒기는 글라라를 피신시키려
형제들과 함께 바오로 수녀원으로 갑니다.
가는 길에 형제들이 길을 잃은 것 같다고 하자
“걱정하지 마! 주님께서 다 알려주실 거야.”하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바람이 정말 길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의 바람입니다.
성령의 바람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고통을 줄 뿐인 바람을 보고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의 인도하심을 발견합니다.
어떤 사람은 바람에게서 고통을 보고 어떤 사람은 하느님을 봅니다.
이것이 다른 사람과 프란치스코의 차이입니다.

프란치스코에게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손길이요 인도하심입니다.
그래서 그는 유언에서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주님께서 회개생활을 시작하게 하셨고
나병 환자들에게로 인도하셨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바오로가 하느님을 대신하여
그를 나병 환자들에게 인도합니다.
유언에서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지만
하느님께서 친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셨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프란치스코가 누구에게 묻지 않고 기도 중에
“길을 알려 주소서. 제발 길을 보여주소서.”하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게 기도하는 모습을 글라라와 함께 지켜보던 원장 수녀가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자기 스스로 그 응답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원장 수녀의 말대로 과연 그는 기도를 통해서 답을 얻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으로부터 친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계시를 받았기에
그는 확신을 합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사람의 시선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어떤 제도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바람이 불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불듯이
성령의 은사를 정말 자유롭게 살고자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받은 소명과 복음적 가난의 삶을 부정하는
그 어떤 세력과 기도에 대해서도
영화에서는 과격할 정도로 아니라고 자기 의사를 표명합니다.
Radicalism, 이것이 프란치스코의 복음적 Radicalism입니다.
그의 이런 Radicalism이 드러나는 영화 속 대사들이 있습니다.
당시 교계 제도나 기존의 수도회의 틀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친구가 충고하자 그는
“우리가 그분의 모범을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이 있다는 말이냐?”하고 친구의 충고를 과격하게 일축합니다.
교황에게 가서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을 인준 받고자 할 때
“너의 꿈은 인간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배석한 추기경이 말하자
“복음이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교회는 왜 존재하는 거고,
교황과 추기경단은 무엇을 하는 거며,
자기와 형제들은 도대체 무엇을 따라야 하냐?”고
오히려 추기경단을 질책합니다.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자신이 하느님께로부터 직접 계시 받은
복음적 가난의 삶에 대해 확신하지만
“네가 그렇게 확신한다면 교황에게 가서 말해 봐”라고
충고하는 친구의 말에
교회의 인준을 받으러 교황에게 갑니다.
진정 하느님께로부터 왔으면
교황으로 대표되는 교회가 인준할 것이라고
그는 확신하였던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진정한 확신입니다.
이 확신은 인간에 대한 믿음, 자신에 대한 확신이 아닙니다.
영화에서 이런 확신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배석한 추기경이 “형제들의 수가 많아지면
어떻게 그런 가난을 살거냐?”하고 묻자,
“주님께서 지금까지 돌봐 주셨고
형제들이 많아진다고 해서 하느님께서 돌봐주실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우리를 돌봐 주시는 주님께 형제들의 수가 무슨 상관이겠느냐?
전능하신 분께 어찌 한계가 있겠느냐?
하늘을 나는 새가 아무리 많아도 주님께서 다 돌봐주시지 않느냐?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도 모두 주님께서 밝히고 있지 않으냐?”고
오히려 되묻습니다.

허나 추기경의 염려대로 형제들 수가 많아지니 역시 문제가 생깁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프란치스코의 영향력이 모든 형제에게 직접 미치지 못하는 문제이고
다른 의견을 가진 형제들도 늘어나는 문제입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형제들이
이제 프란치스코가 얘기하는 대로 살 수 없다고 하고
모두가 규범으로 삼고 살 수 있는 회칙을 달라고 합니다.
복음에서 가르친 가난, 겸손, 사랑 외에 회칙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프란치스코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회칙을 써주기로 하지만 자기는 책임의 위치에서 물러납니다.
프란치스코의 입장에서 회칙은 필요 없는 것입니다.
어떤 고통도 마다 않을 수 있는 사랑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사랑이 없는 회칙은 성령의 자유로운 바람을 막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사랑이 부족한 사람들,
멀리 있어서 프란치스코를 직접 보지 못하거나
프란치스코가 죽고 난 뒤에 들어오는 형제에게는 지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는 회칙을 형제들에게 써줍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프란치스칸 운동의 교회 인준 80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사랑으로 프란치스칸 이상과 회칙을 살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음을
깊이 느낍니다.

그 밖의 의미 있는 대사들.

젊었을 때의 꿈이 좌절된 것에 대한 좌절감을 토로하는 교황에게
“어떤 때는 어둠을 저주하고 있기보다는
작은 불이라도 밝히는 게 낫습니다.”

참된 기쁨은 어떤 고통, 비난, 모욕 등에도
동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하며 그 이유로 든 말.
“고통은 우리의 유일한 힘이고
모두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이며
고통은 우리가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리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님 감사합니다.
베르나르도보다 나은 목수가 되게 해주셔서.
주님 감사합니다.
베드로 형제의 답답함을 참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가난한 사람을 보면 복음과 프란치스코의 가르침대로
옷을 홀딱 벗어주고 오는 쥬니뻬로가
추운데 가난한 사람이 있어서 벗어주었다고 대답하니
‘우리도 가난하다’고 한 형제의 말에 대해 쥬니뻬로가 한 말.
“그렇긴 하지만.....
우리는 좋아서 가난한 거고
그 사람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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