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자시절.
언젠가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그리스도의 고통을 가늠하지못해
한참을 묵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
모기 한 마리가 날아와 내 손등위에
앉아 침으로 찔러 넣었다.
그 모기는 다른 모기들에 비해서
왜 그렇게 아프게 찔렀는지
난 순간적으로 손바닥으로
모기를 쳐 죽였었다.
그러고 난 뒤 갑자기 드는 생각이
이렇게 작고 보잘 것 없는 모기가
그 자그마한 보이지도 않는 침으로
물어도 그렇게 아프다면서 손바닥으로
내려쳤는데 하물며 예수님께서
십자가나무에 못박히실 때
그 큰 대못으로 양손등과 양발등을
뚫고 나무에 박혔을때는
얼마나 아프셨겠는가?
그러고 나서 다시 십자가를
올려다 보았을 때에는 내 마음은
달라져 있었다.
좀 전과 같이 무덤덤한 마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느끼면서 나도 함께 아파하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 나는 다시는
모기를 죽이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내 손으로 모기를
한 마리라도 죽여본적이 없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마음이 무덤덤한 나에게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더운 여름날 나에게 다가온 모기였다.
훌륭한 성인의 말도 영성도
신부님의 훌륭한 강론도 아닌
모기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모기가 나에게 스승이 되어주었다.
그때 당시 마치 내 마음속에
이러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모기침에 찔려도 아픔과 따가움을
느낀다면 그리스도께서 큰 대못으로
손과 발등을 뚫었을 때 얼마나
아프셨겠습니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