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렸다.”
오늘 이사야서의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그날에는 눈먼 이들의 눈도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리라.”
오늘 이사야서는 그날을 얘기하는데 그날이란 어떤 날입니까?
아니 이사야서 전체가 그날을 얘기하는데 어떤 날이 그날인가요?
오늘의 이사야서에서는 눈먼 이들이 보게 되는 날이고,
오늘의 복음에서는 예수께서 이들에게 오시는 날이고
오신 주님께서 그들의 눈을 열어 보게 하시는 날입니다.
먼저 눈먼 이들이 보게 되는 것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오늘 이사야서는 눈먼 이들의 눈이 보게 된다는 말에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그러니까 멀었던 눈이 보게 된다는 것은
눈이 제 기능을 회복한다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둠의 상황이나 암흑의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뜻이 있는 거지요.
물론 눈이 멀었기에 어둠과 암흑의 상태에 있게도 되고,
그래서 눈을 뜨면 어둠과 암흑의 상태에서 벗어나게도 되지만
여기서는 어둡기 때문에 눈이 볼 수 없는 것을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우리는 보통 우리 눈이 멀어서 못보고
우리가 눈을 감아서 못 본다고만 압니다.
그래서 개명수술을 하면 볼 수 있고,
눈을 뜨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요.
사실 이것도 맞는 말이긴 합니다.
실로 많은 경우 자기가 눈이 멀어 보지 못하고
자기가 눈을 감아 보지 못하면서 어둠을 탓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눈이 멀고 눈을 감은 자신을 고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지요.
그런데 빛이 하나도 없는 어둠 속에서는
아무리 눈이 좋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있어도 보지 못합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미국 여행을 오신 지인을 안내하느라
같이 테네시 주에 있는 “Lost Sea”라는 동굴에 갔는데
깊은 땅속 동굴 안에 있는 호수라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요.
그런데 아직까지 제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것은
그 신기한 땅속 호수가 아니라 호수까지 내려가는 중에 한 체험입니다.
한참을 내려가는데 어느 지점에 도달하자 안내원이 하는 말이
“Absolute Darkness Experience(절대 암흑체험)”을 한다는 거였습니다.
불을 끄자 정말로 빛은 하나도 없는 완전한 어둠이 되었고,
그렇게 되자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봐도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빛이 하나도 없는 심해에서는 고기의 눈이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어
퇴화되어 버리는 것처럼 절대 암흑에서는 눈이 있어도 소용이 없지요.
살다보면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지요.
성 프란치스코도 그런 때가 있어서 십자가 앞에서 이렇게 기도하였지요.
“지극히 높으시고 영광스러운 하느님, 제 마음의 어둠을 밝혀주소서.”
이렇게 아무런 빛이 없는 어둠의 상황과 상태에서는 빛이 와야 하고,
우리 신앙 안에서는 우리의 빛이요 세상의 빛이신 주님께서 오셔야 하고
그럴 때에야 “당신 빛으로 빛을 보옵니다.”라는 시편처럼 빛을 볼 수 있지요.
그날은 그러므로 빛이신 우리 주님께서 오시는 날이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눈이 어둠과 암흑에서 벗어나는 날입니다.
우리 중에는 지금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있는 분도 계실 텐데
그날을 고대하며 기다리는 대림절을 우리는 지금 지내고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