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십니다.
그것을 우리 각자에게 적용시킨다면
우리가 선한 일을 할 때만이 아니라
우리가 죄를 지을 때에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햇빛을 비춰주시고,
당신의 비를 내려주신다는 뜻일 것입니다.
햇볕과 물이 생물이 자라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면,
하느님께서는 그러한 것들을 우리가 선하고 악하냐에 따라 주시는 것이 아니라,
조건 없이 주신다는 말입니다.
즉 하느님의 자비는 조건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조건 없는 자비가 늘 우리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 자비를 경험하고 그 사랑을 느껴본 사람은,
그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할 수 있고,
그 자비를 이웃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이웃뿐만 아니라
우리의 원수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받은 경험 없이 우리는 사랑하지 못합니다.
나를 누군가가 조건 없이 사랑해 준 기억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손해나는 장사라고 생각되어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한 번 쯤 그러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기억을 더듬어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받을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상황 속에서
조건 없이 누군가 나를 사랑해 준 기억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은 평생에 한 번이면 족한 것 같습니다.
단지 우리는 그 기억을 매번 떠올려서
새롭게 우리의 삶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하면 충분합니다.
오늘 하루 사랑 받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 준 기억을 발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 조건 없는 자비를 느낄 수 있고,
그렇게 우리도 다른 사람을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