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님께서는 당신이 세상의 빛이라고 하십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그런데 주님이 세상의 빛이시라는 이 말씀을
세상을 어둡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밝게 하는 존재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천상을 비추는 빛이 아니라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며,
다른 누가 아니라 당신이 바로 세상의 빛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주님의 말씀은 이 중 어떤 뜻일까요?
지금의 우리는 첫 번째 의미는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이 세상을 어둡게 하는 분이라고 생각지 않고
너무도 당연히 세상을 밝게 하는 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주님께서 그런 뜻으로 이 말씀을 하셨을 거라고 우리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뿐 아니라 다른 종교 신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간디가 예수님과 그리스도교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하지요.
나는 예수는 존경한다. 그러나 그리스도 신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힌두교 신자인 간디조차도 예수라는 존재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이 세상 누구도 세상을 어둡게 하는 분으로 예수님을 생각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오늘 이 말씀을 누구에게 하셨는지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오늘 복음은 “그때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말씀하셨다.”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세상의 빛이라는 말씀에 이어서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바리사이는 당신을 세상을 비추는 빛이라고 생각지 않고,
그래서 그 빛을 따르지 않고 어둠 속에 산다고 말씀하시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세상의 빛으로 생각했다면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고,
바리사이들도 예수님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요한복음 1장을 보면 빛이신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셨지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그래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고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바리사이가 빛을 미워하는 존재는 아니었을 거라고,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오로 사도도 깨닫기 전까지는
예수님과 제자들을 세상의 빛으로 생각하기는커녕
사람들을 미혹하고 호도함으로써
한 편으로는 자기가 그렇게 철저히 믿는 유대교를 무너뜨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세상을 어둡게 하는 존재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가 바로 바리사이 출신이지요.
대부분의 바리사이들은 바오로 사도처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가 그리스도이시고 세상의 빛이라는 것을
우리도 깨닫지 못한 사람이 아닌지,
그래서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도 ‘내가 세상의 빛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하는 오늘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씀하시면 우리는 ‘주님, 그런 말씀 제겐 하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세상의 빛이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꼬집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너는 왜 어둠 속을 걷고 있느냐?
왜 너희 얼굴이 밝지가 않느냐?
왜 사람들이 너희의 빛을 보고 나를 보게 하지 않느냐?
왜 간디가 나는 존경해도 너희들은 싫어한다고 얘기하느냐?”
할 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