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부활아침에 쓰는 편지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Mar 27,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부활의 아침에 쓰는 편지



새벽의 여명이 열리면서
돌무덤을 열고 나온 빛처럼
나의 눈시울에서 찬연히 피어오르는 한 사람의 모습,
커다랗게 두 팔을 벌리고
그 온유한 햇살을 품어 안습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꼭 쾌적한 충족,
세상의 목마름을 다 채우고도 남을 생명수가
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밥을 지은 엄마 생각은 잊고
그저 밥 한 그릇을 달게만 먹어주는 아이의 믿음처럼
당연한 것으로만 알던 일들이 은총의 홍수를 이룹니다.

가장 확실하게 나의 믿음을 잡았고
속속들이 내 정신에 촉광을 담아주고 향을 입히시던 분,
자아의 죽음으로 초래된 캄캄한 밤이 지나고
눈부신 생명과의 해후,
청신한 감동이 먼동이 트듯 내 정신을 비추어 주고 있습니다.

비싼 고뇌와 비싼 인내로 바꾼 힘이
사랑이었다는 사실이 나에게 생명의 물줄기를 대고 있습니다.

다시는 동요 없을 한 사람의 좌표,
그 이름을 부르면 삽시의 정적이 나를 휩싸고
저절로 엉기는 뜨거운 핏덩이가 치밀어 오릅니다.

내가 애써 참아온 일의 회상들이
님께서 걸어가신 회상들로부터 연유되어 온 것이었으며
아버지의 나라로 초대된 첫 소명이었다는 사실을
부활의 아침에 확신의 깊이를 더해 갑니다.

내가 꿈꾸는 여러 일 속에 님께서 계심은
흡사 포도주가 원래의 포도 맛을 지닌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눈에서 두 사람의 눈물을 보게되는
그 완연한 일치를 이루어 주신 분,

사랑이 어떻게 싹트는지 그걸 설명하는 말은 없습니다.
공감도 별반 말의 방법을 취하지 않습니다.
말은 서로의 뜻이 생소할 때 쓰는 것,
그래서 신앙이 두터우면 희구가 적고
묵상만이 많음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진심이 영글면 말이 적어지듯
믿음도 커지면 하늘의 소리에 더 민감해집니다.
그러나 아직은 말에 굶주려 있는 나,
한 필의 창공은 머리 위에 걸려있는 언제나 그 하늘이었듯이
어설픈 내 몸짓도
헤아릴 수 없는 되풀이의 동일한 동작을 쌓아왔습니다.
이제 다시 님의 확실한 호명을 듣듯이
확실하게 불러봅니다.

'랍보니'
나의 하느님, 나의 주님,
나의 전부시여, 알렐루야




Articles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