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스라엘 백성들은 제법 신앙인다운 질문을 합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런데 이들이 왜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을까요?
정말로 하느님의 일을 하고 싶은 열성이 생겼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앞서 빵을 배불리 먹여주셨기에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걸까요?
그런데 오늘 복음의 맥락을 보면 그리 좋은 원의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호수 건너편 먼 곳까지 따라온 것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따라온 의도가 영원생명 때문이 아니라 빵 때문임을 질타하시며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라.” 하십니다.
그러니까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얻기 위해 힘쓰라는 주님의 말씀 때문에
힘 써야 할 일, 그것도 하느님의 일을 들먹인 것입니다.
지금까지 양식을 공짜로 얻어먹은 것이 미안하고 염체 없어서
앞으로 또 하느님이 주시는 양식을 얻어먹으려면
어떤 일이라도 하느님의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어 물은 걸 겁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 가소롭다는 반응을 보이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께서 하시지 인간이 무얼 하겠느냐는 뜻에서
우리가 해야 할 하느님의 일은 없지만 굳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을 믿는 것뿐이라는 취지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당신의 사랑을 믿으라는 것이요,
당신이 다 먹여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믿으라는 것입니다.
만일 부모가 있는데도 어린애가 자기 먹을 것 걱정하면 되겠습니까?
친부모가 있는데도 나도 먹고 살아야 한다고 길거리구걸을 하거나
일할 것 없냐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묻고 다니면 되겠습니까?
부모 얼굴에 똥칠을 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부모를 계부모로 만들고,
부모의 사랑을 믿지 못하는 것이 되지요.
그러므로 자신의 양식을 위해 하느님의 일을 하겠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웃의 양식을 위해서 우리가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기도 하고,
하느님께서 맡기시는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세례를 받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우리는
어떤 때 하느님을 대신하는 존재이고,
특히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우리가 하느님 대신입니다.
실제로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하느님을 욕하기도 하고,
우리를 보고 하느님을 알게 되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때문에 하느님이 욕먹지 않도록 조심해야 함은 물론
하느님을 대신한다는 것이 하느님을 가리는 것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께서 맡기시는 일을 이웃을 위해 해야 합니다.
그런 얘기가 있지요.
‘하느님은 우리의 협력 없이 아무 것도 못/안하신다.’
제 생각에 하느님께서 혼자서 못하실 리는 없지만
안 하시기는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인간을 창조하시기 전, 그러니까 인간이 하나도 없을 때는
당신 혼자서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일하셨고,
인간을 창조하신 다음에는 인간에게 당신 창조 사업을 맡기셨듯이
이제는 인간의 협력을 통하여 당신 창조 사업을 계속 하십니다.
부부의 사랑으로 자녀를 낳도록 하시는 하느님이 아니십니까?
당신의 창조 사업에 참여하게 하신 은총,
우리의 사랑이 당신의 사랑이 되게 하신 은총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