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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 3주일

by 당쇠 posted Feb 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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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 3주일(다해)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너무도 훌륭한 사람을 남편으로 두었습니다.
부자 집 귀한 딸로 태어나 가정교사를 두고 공부를 하였는데
그만 그 가난한 가정교사를 너무 사랑하게 되었고
그래서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가정교사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정교사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부인이 미안하면서도 고마웠고,
그래서 그런 사랑을 했습니다.
가정교사는 가난하기는 했지만 공부도 잘하고 성실하여
마침내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래서 그 부인은 이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변함없는 남편의 사랑을 받는 아내가 되었습니다.
부러울 것이 없었고
그래서 참으로 아쉬움도 부족함도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다른 것은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남편만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나이 늙어 남편과 사별한 뒤 말하였습니다.
나는 신앙인이었지만
남편 때문에 일생 하느님을 간절히 찾지 않았다고.
남편이 나의 만족이었고, 하느님이었기에
하느님 사랑에 대한 갈증이 없었다고.

다른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기구한 인생의 여인이었습니다.
일찍 부모를 여의었습니다.
그래서 늘 사랑이 고팠고
요즘 말로 하면 애정결핍증으로 늘 사랑에 굶주렸습니다.
그런 그에게 사랑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놀고먹고, 바람피우고, 노름하고,
가족에 대해 무관심하였고
어쩌다 술 먹고 집에 들어오면 아내를 두들겨 팼습니다.
한마디로 나쁜 남자가 하는 것은 다 하였습니다.
아이 때문에, 그리고 또 다시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몇 년을 버텼지만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이혼을 하였습니다.
이후 더 이상 남자는 생각지 말고 아이만 사랑하며 살려고 하였지만
예쁜 얼굴 때문인지 늘 남자들이 치분대었고
사랑받고 싶은 갈증은
남자들의 거짓 사랑에 번번이 속게 만들었습니다.
참으로 묘한 것은 사랑이 배반당했을 때는 남자에 대해 실망하고
이제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집착 때문인지, 못 이룬 것이 갈증을 더 하게 한 것인지
얼마 안가서 또 사랑을 갈망하곤 하였던 것입니다.
채어지지 않는 갈증에 점차 지쳐가던 무렵에
한 자매가 이 여인의 동무가 되어주었습니다.
남녀의 사랑이 아니어도 사랑이 이렇게 충만을 줄 수 있음을
아니 남녀의 사랑보다 이 사랑이 더 편하고 좋음을
이 자매의 사랑은 깨닫게 하였습니다.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게 하였던 것이고
격정이 떨어져 나간 담담하고 차분한 사랑
맑고 은근한 사랑이 새롭게 다가온 것입니다.
그것은 서로 끈이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를 결코 구속하지 않고
사랑이면서도 사랑인지 굳이 느껴지지 않으며
너와 나로 있지 않고 우리로 있는 사랑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사마리아 여인이 바로 이 여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의 동무였고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아니 채워지지 않기에 더욱 느끼는 갈증은
채워지고도 남는 사랑으로만 채워집니다.
한 때 여인과의 사랑에 빠졌었던 아오스딩 성인이 얘기했습니다.
님 안에 쉬기까지는 내 영혼 안식이 없다고.
바꿔 얘기한다면 님의 사랑에 안기기까지는
우리 영혼은 끊임없이
갈망하고 욕구하고 탐하고 집착하고 실망할 것입니다.
님의 사랑에 안기기까지는 너를 타자로 느끼며
끊임없이 하나 되지 못함에 안타까워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은 남녀의 구별에 개의치 않으시고
유다인과 이방인을 전혀 구별치 않으시고
갈증에 물로서, 갈망에 충만으로 하나 되십니다.
사마리아 여인의 갈증의 바다에 한 방울 물처럼 다가가십니다.
아니 한없는 갈증에 목말라 하는 사마리아의 여인에게
갈증을 끝장내주는 사마리아의 우물로서 다가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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